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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전과는 다른 위기와 전환의 시대

등록 2011-09-23 20:38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김지석의 앎과 힘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세계 경제는 장기 위기 상태에 있다. 최근 다시 불거진 유럽 나라들의 재정위기는 그 가운데 한 마디일 뿐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이 위기가 이제 어떤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넷으로 나뉜다. 우선 소수이긴 하지만 강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부류는 지금의 위기 역시 자본주의 역사에서 되풀이해서 나타난 경기순환의 한 부분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낙관론이다. 그 반대쪽에는, 지금의 위기는 더 큰 위기의 전조이며 자본주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대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여기서는 ‘시간이 독’이다.

다수는 이런 막연한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 있다. 우선, 심각한 위기이긴 하지만 원인과 대응책의 많은 부분을 알고 있는 만큼 세계가 잘 협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이들이 있다.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국 정부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이런 전제 아래 움직인다. 이와 달리 전례없는 심각한 위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국내·국제 체제로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임기응변식 대응뿐이며, 시간을 벌어 새 체제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사태 악화를 막으면서 불확실성과 불안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지금의 위기가 신자유주의의 누적된 모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한 세대에 걸쳐 지구촌을 휩쓸었던 시장근본주의가 그 모순의 끝에서 금융위기, 재정위기, 교역위기, 생활양식의 위기 등을 낳으면서 자신의 시대를 마감하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지금의 경제위기는 다른 위기와 함께, 또는 서로를 증폭시키면서 진행되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하나는 패권의 위기다. 짧게는 2차대전 이후 60여년간, 길게는 한세기 동안 유지돼온 미국의 패권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냉전 종식과 더불어 떠오른 미국 단극의 세계 체제는 이후 1극(미국)-다강(유럽연합·중국·일본·러시아 등) 체제로 약화된 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짧게는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 길게는 사오백년 동안 지구촌을 지배한 서구의 위기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온 근대 서구문명은 사고방식과 동력, 의지, 생활양식, 체제 등 여러 면에서 스스로의 위기조차 감당하지 못한 채 새로운 지구적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 미국 하버드대의 국제정치학자 스탠리 호프먼은 세계 체제의 전환을 판단하는 잣대로 세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새로운 행위단위체들은 무엇인가, 이들이 상대와 관련해 추구하는 주된 목표는 무엇인가, 이들이 군사·경제적 능력 등을 갖고 상대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그것이다. 그는 셋 가운데 하나만 바뀌어도 다른 세계 체제가 된다고 했다.

지금의 위기들은 한두해 안에 해결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각국은 국제·국내 체제가 모두 달라져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거대한 전환기에 살고 있다. 콘텐츠평가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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