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 등 인도주의적 차원”…정치범 포함여부 ‘주목’
3월 테인 세인 취임뒤 가장 주목할 만한 ‘민주적 조처’
3월 테인 세인 취임뒤 가장 주목할 만한 ‘민주적 조처’
미얀마(버마) 정부가 재소자 6300여명을 석방하는 대규모 사면 조처를 발표했다. 반세기 만에 들어선 친군부 성향의 민간 정부가 제한적이나마 개혁정책에 청신호를 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미얀마 국영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은 11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연로자, 병약자, 장애인, 모범 수형자 6359명의 수감자들을 12일부터 석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방송은 “풀려난 수감자들이 새로운 국가 건설을 도울 수 있는 국민이 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정치범 석방 여부와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얀마에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당원과 지지자들을 비롯해 언론인, 승려, 지식인, 시민 등 2000여명의 정치범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얀마 야권과 양심수 가족들은 이번 발표를 크게 반기면서도 ‘모든 정치범 석방’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아웅산 수치의 대변인 니안 윈은 “사면 발표를 환영한다. 정치범들도 함께 석방되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다. 인기 코미디언이자 유명한 정치범인 자르가나르의 처제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사면 발표를 듣고 울었다. 이젠 형부뿐 아니라 모든 정치범들이 석방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은 지난 3월 테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추진해온 민주화 조처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다. 미얀마 야권은 물론 국제사회는 미얀마 민주화의 최우선 시금석으로 정치범 석방과 정치활동 및 언론의 자유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미얀마 군사정부는 정치범은 없으며 모든 수감자는 형법상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반박해왔다.
미얀마는 1948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해 공화정을 세웠으나, 1962년 네 윈 장군의 쿠데타 이후 지난해까지 48년간 군부독재가 지속됐다. 특히 군부는 1988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8888 항쟁)를 무력진압했으며, 199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야당이 압승하자 선거를 무효화한 뒤 수치를 가택연금해오다 지난해 11월에야 석방했다. 이때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는 총선이 치러졌으나 야당 후보들의 출마가 사실상 봉쇄된 채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압승했다.
그러나 테인 세인 정부는 지난 8월 아웅산 수치와 처음으로 면담하고 소수민족 포용 정책을 내놓는 등 이전 군사정권과는 다른 유화책을 펴왔다. 타이를 방문중인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1일 “미얀마에서 극적인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은 미얀마 정부의 조처에 상응하는 (관계 개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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