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59·사진 왼쪽) 러시아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6·오른쪽) 현 대통령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지명
서방견제 ‘경고’…메드베데프 대통령엔 총리직 약속
서방견제 ‘경고’…메드베데프 대통령엔 총리직 약속
블라디미르 푸틴(59) 러시아 총리가 3선 대통령으로 가는 장밋빛 길을 깔았다.
푸틴 총리는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집권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614명 대의원 만장일치로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됐으며, 즉석에서 이를 수락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은 “나를 후보로 추대한 분들께 감사하며, 이 제안을 감사히 수락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했으나 헌법상의 3연임 금지 조항에 묶여 잠시 총리로 물러났다가,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 복귀를 노리고 있다. 푸틴은 내년인 2012년 3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자신의 정치적 양자 격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6) 현 대통령을 총리로 앉히겠다고 공언해왔다. 러시아의 대통령과 총리가 12년 전 인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날 전당대회는 1만1000여명의 당원들이 모스크바 스포츠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국영텔레비전의 생방송으로 중계돼, 다음달 4일로 다가온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푸틴 띄우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푸틴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우리 임무는 강하고 부유하며 번영하는 21세기의 러시아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경제 발전, 삶의 질과 사회보장 개선, 군사력 강화 등을 약속했다. 또 러시아와 옛 소비에트연방국가들인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을 경제공동체로 묶는 ‘유라시아연합’ 창설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푸틴 총리는 자신의 집권에 대한 서방의 견제와 간섭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궁극적으로는 러시아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러시아 비정부기구(NGO)들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첫째, 이는 쓸데없는 노력이자 돈 낭비이며, 둘째, 그런 돈이 있으면 비효율적이고 돈만 드는 대외정책을 멈추고 자국의 부채를 갚는 데 쓰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꼬집었다.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는 존경받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그런 행동은 반역이라고 말해 러시아의 반체제 세력한테도 뚜렷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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