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통해 ‘사전 인지’ 정황
영국 하원이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도청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루퍼트 머독의 아들인 제임스 머독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이 2008년 이미 도청 사실을 보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머독은 2008년 고든 테일러 잉글랜드 프로축구협회 회장에게 도청 배상금으로 70만파운드(약 12억원)를 주도록 지시했는데, 자신은 금전적인 부분만 알고 있었을 뿐 도청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만일 그가 2008년부터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13일 <가디언> 보도를 보면, 영국 하원의 조사 결과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도청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변호사 톰 크론은 2008년 6월7일 콜린 마일러 당시 편집장에게 “악몽 같은 시나리오”를 경고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테일러가 자신의 동료들에 대한 전화 도청 증거를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메일에는 또 다른 변호사의 경고도 포함돼 있었다. 테일러의 법률팀에서 도청이 뉴스인터내셔널에 “만연하다”고 폭로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일러는 이날 오후 2시31분 제임스 머독에게 전자우편을 전달하면서 면담을 요청했다. 머독은 2시34분에 바로 “걱정말라”로 시작하는 답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머독은 이런 ‘증거’에도 불구하고, 도청 ‘인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하원에 보낸 서신에서 “면담을 수락하는 답장을 보내긴 했지만, 이메일 전문을 읽지는 않았다”며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처럼, 잘못된 행위가 널리 퍼져 있었다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증거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루퍼트 머독 언론제국의 영국 사업을 총괄하는 뉴스인터내셔널이 발행하던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는 ‘도청 게이트’ 파문 속에 지난 7월 폐간됐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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