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구멍난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보망 문제가 외국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미 <뉴욕 타임스>는 19일(현지시각)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 51시간이 지날 때까지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심지어 미국 국무부는 한국 언론의 보도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시인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은 정찰위성과 정찰기를 통해서 북한을 주시하고 있으며, 남북 국경지대에 설치된 안테나를 통해서 각종 신호를 탐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해마다 탈북자 수천명과 면담하고 있다”며 “하지만 놀랍게도 북한 내부의 깊숙한 정보는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직 요원은 “우리 정보능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지도부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북한에서 전향해 온 이들이 있지만 그들의 정보는 오래된 것이 많다. 평범한 탈북자들은 권력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 내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보력 부재의 또다른 대표적 예로 시리아가 북한의 지원을 통해 건설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원자로를 들었다. 이 원자로는 2007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긴 했지만,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이었던 메이르 다간이 사진과 자료를 보여주기 전까지 미국 정부는 북한의 지원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20일 김 위원장의 사망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은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실질적으로 사용할 만한 지렛대도 별로 없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신문에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이 무섭다”며 “결코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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