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산타-흑인 시종은 인종주의”

네덜란드식 산타클로스인 ‘신터클라스’의 모습. <텔레그래프> 누리집 갈무리

네덜란드 옛 식민지 수리남
공공장소서 행사금지 추진

남미 수리남에서 네덜란드식 산타클로스인 ‘신터클라스’가 인종주의 근절 차원에서 곧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의 <라디오 네덜란드 세계>(RNW)는 23일 “로날드 베네티안 전 수리남 대통령이 최근 의회에서 백인 신터클라스가 흑인 시종을 데리고 다니는 축제는 인종주의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은 베네티안 대통령의 주장에 공감해, 공공장소에서 신터클라스 행사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네덜란드의 신터클라스는 산타클로스와 비슷한 백인 노인으로, 흰 수염을 달고 나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준다. 이때 ‘츠바르테 피트(검은 피터)’라고 불리는 흑인 보조를 대동하는데, 이 시종은 신터클라스의 지시를 받아 우스꽝스럽게 놀며 분위기를 띄운다.

1975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수리남에서는 백인 신터클라스와 흑인 보조의 관계가 식민지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최근 네덜란드에서도 신터클라스 축제 행진 중에 ‘검은 피터는 인종주의’라는 티셔츠를 입고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네덜란드인 대부분은 피트의 검은 얼굴은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굴뚝을 내려오다 묻은 검은 재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인종주의 비판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피트의 두터운 입술과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 무어인 복장은 이런 주장을 겸연쩍게 만든다. 전정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