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병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원들의 주검에 대고 소변을 보고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장면. 라이브리크닷컴 화면 갈무리
‘미군 집단 소변’ 42초짜리 유튜브로 퍼져
“해병2사단 정찰저격팀 소속” 자막도 떠
무슬림 분노 우려…미군 전면조사 착수
“해병2사단 정찰저격팀 소속” 자막도 떠
무슬림 분노 우려…미군 전면조사 착수
미국 해병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인 탈레반 대원들의 주검에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나돌아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해병대는 이 동영상의 ‘폭발력’을 의식한 듯 즉각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군 복장을 한 4명이 남루한 옷을 걸친 3명의 주검 위로 소변을 뿌리는 장면이 들어 있는 42초짜리 동영상이 11일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됐다고 보도했다. “해병들이 탈레반에게 오줌을 누다”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이 올려진 인터넷 페이지들에는 수백건씩 댓글이 붙고 있다.
동영상을 보면 서남아시아 남성들로 보이는 주검 3구가 흙바닥에 놓여 있고, 미군 전투복 차림의 남성 4명이 다가와 주검의 얼굴 부위를 향해 소변을 본다. 이들은 바지 지퍼를 올리며 “여보게, 잘 지내게”라고 말하는 등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기까지 한다. 상대의 얼굴에 소변을 뿌리는 변태적 성행위도 언급한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동영상들 중 하나의 자막은 이들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러준 기지에 근거를 둔 해병 2사단 산하 정찰저격팀 소속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다. 이 부대는 탈레반 세력이 강성한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작전을 해왔다. 등장인물 중에는 조준경이 달린 저격용 소총을 든 사람도 있다. 주검 중 1구는 전투를 하다 숨진 듯 가슴 쪽에 큰 혈흔이 보인다. 최초 게시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영상 장면들은 순전한 연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동영상이 실제 상황을 담은 것으로 드러나면 미국 안팎의 무슬림들을 크게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동영상 내용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면 조사를 벌이겠다면서 재빨리 대응에 나섰다. 미국 해병대 사령부는 성명서에서 “동영상에 묘사된 행위는 해병대의 가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무슬림들의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가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최대한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반발도 즉각 일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12일 “지난 10년간 이와 비슷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사건이 수백건”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군 병사가 아프간 소년을 수류탄으로 사살한 뒤 주검의 머리칼을 잡아들고 웃으며 촬영한 사진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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