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 부국장 등 5명
정보 대가 공무원에 뒷돈
회사 안팎선 폐간 전망도
정보 대가 공무원에 뒷돈
회사 안팎선 폐간 전망도
유명인사들의 스캔들과 가십, 범죄기사, 여성 상반신 나체 사진 등을 전면에 내세워 발행부수를 270여만부까지 끌어올린 영국 최대 타블로이드 <선>도 자매지 <뉴스오브더월드>처럼 ‘폐간’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지난해 7월 ‘미디어 제국’ 황제 루퍼트 머독을 영국 청문회에 세웠던 머독 소유매체들의 ‘불법 전화해킹’ 사건 파장이 결국 <선>의 존폐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비비시>(BBC) 등 영국 언론은 11일 <선>의 부국장 조프 웹스터 등 최고참 기자 5명이 공무원들에게 불법 정보를 제공받는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국방부 공무원과 군 당국자, 경찰관 등 3명도 직권남용 혐의로 체포됐으나, 이들 모두 기자들과 함께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해킹 사건 이후 경찰은 불법적인 취재 관행에 대한 광범위한 추가조사를 벌여왔다.
지난달 29일 전·현직 기자 4명이 체포된 데 이어 다시 5명의 최고참 기자들까지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선> 안팎에서는 폐간 전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에 대한 조사가 자칫 방송을 포함해 머독의 ‘미디어 제국’ 전반으로 번질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을 폐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꼬리를 물자, 루퍼트 머독은 자신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의 영국 총괄 회사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톰 모크리지는 뉴스인터내셔널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늘 머독으로부터 <선>을 계속 소유·발행할 거라는 약속을 개인적으로 재확인받았다”고 밝혔다. 또 <스카이 텔레비전> 등 언론은 머독이 <선> 직원들을 독려하고 발행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곧 영국으로 날아올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연이은 기자들의 체포와 관련해 머독의 ‘마녀사냥’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 직원은 <비비시>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영국기자노조의 미셸 스타니스트리트 사무총장도 “머독이 회사의 명성을 살리기 위해 비난의 초점을 기자 개인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며 “<선> 기자들은 동료들이 늑대에게 던져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불법 전화해킹 사건 이후 뉴스코퍼레이션의 명예회복을 위해 구성된 이 회사 관리·규정위원회는 조사 당국에 체포된 기자들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인정했다.
한편, 머독 소유 매체들의 불법 취재 의혹을 조사중인 국회 조사위원회의 톰 왓슨 하원의원은 영국 방송 <채널4> 인터뷰에서 “현재 진전된 상황을 보면, 이번 사건은 단순히 전화해킹에 국한되지 않고 머독이 이끄는 회사 경영의 심장부까지 들어간다”며 “머독과 뉴스인터내셔널의 다른 상급자들이 추가로 청문회에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효재·최시중…‘MB측근’ 조중동 출신의 몰락
■ 도축 직전의 개·돼지 “제발 기절하게 해주세요”
■ ‘4대강 사업 위법’ 첫 판결 나왔다
■ 일 공무원 진땀 빼게 한 ‘열공시장’ 박원순
■ 이탈리아 수출 ‘로봇 대장내시경’ 놓고 논란…왜?
<한겨레 인기기사>
■ 김효재·최시중…‘MB측근’ 조중동 출신의 몰락
■ 도축 직전의 개·돼지 “제발 기절하게 해주세요”
■ ‘4대강 사업 위법’ 첫 판결 나왔다
■ 일 공무원 진땀 빼게 한 ‘열공시장’ 박원순
■ 이탈리아 수출 ‘로봇 대장내시경’ 놓고 논란…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