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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코란 소각’에…아프간 정부청사서 미군 장교 2명 피살

등록 2012-02-26 21:11수정 2012-02-27 09:40

아프간 정보부 소속 경찰관 유력용의자 지목
나토군, 아프간 정부 파견 자문관 전원 철수
탈레반 “우리가 보복” 성명…미국 전략 흔들
아프가니스탄 정부 자문관으로 일하던 미군 고위 장교 2명이 25일 청사 건물 안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나토군은 아프간 정부에 파견중인 모든 자문관을 철수시키는 등 미군의 코란 소각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 아프간 내무부에서 총성 아프간 보안당국은 이날 수도 카불의 보안이 삼엄한 내무부 건물 안에서 미군 대령과 소령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피살 현장에는 폐쇄회로티브이(CCTV)와 특수 잠금장치가 있다”며 “살해자는 피살자들의 집무실에 들어갈 수 있는 최고 보안접근권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소식통을 밝히지 않은 채, 청사 안에서 8발의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의 존 앨런 사령관은 “이번 소행은 비겁한 짓”이라며 “카불 일대의 아프간 정부 청사에서 일하는 모든 국제안보지원군 인력을 즉각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범인의 행동은 응징당하지 않고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현재 아프간 정부에는 나토 자문관 수백명이 거의 모든 부서에 배치돼 물류에서부터 군사훈련과 전략 계획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자문을 맡고 있다.

<데페아>(dpa) 통신은 26일 아프간 지역 방송 보도를 인용해, 아프간 당국은 사건 이후 행적을 감춘 아프간 정보부 소속 경찰관 압둘 사부르(25)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5일 탈레반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미군의 코란 소각에 대한 보복”이라며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 잇따른 악재, 무너진 신뢰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사건 발표 직후 아프간 정부에 나토군 보호를 위한 획기적 조처를 요구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26일 텔레비전 방송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젠 진정을 되찾아야 할 시간이며 우리의 적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도록 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미국은 2014년까지 아프간 철군 완료를 목표로 치안권 이양,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최근엔 “부패한 아프간 정부”라는 비난도 자제한 채 평화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그 토대인 양국 간 신뢰는 최근 잇따라 터진 악재로 파탄 지경이다. 지난달 아프간 주둔 미군이 탈레반들의 주검에 소변을 뿌리는 동영상이 공개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나토군 작전 중 민간인 15명이 숨졌다. 지난 20일 밤 미군 부대의 코란 소각 사건은 반미 감정에 휘발유를 끼얹은 결정판이었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공식 사과했지만, 아프간 전역에선 26일로 엿새째 격렬한 반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도 아프간 북부 쿤두즈에서 미군 기지를 공격하던 시위자 2명이 숨지는 등 지금까지 미군 4명을 포함해 최소 30명이 숨졌다.

미국의 안보전문가 존 나글은 25일 <뉴욕 타임스>에 “미국의 전략은 가능한 한 조속히 아프간에 치안 책임을 넘겨주는 것이며, 이는 양국 간의 상당한 신뢰를 요구한다. 지금은 그런 신뢰가 깨지고 있으며, 우리(미국)가 먼저 그랬다”고 지적했다.

■ 미국의 아프간 전략 흔들 이번 사건은 아프간 주둔 외국군에 대한 현지인의 적개심이 더욱 깊어진 현실을 극명히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아프간 정부 내 나토 자문관들의 전원 철수 결정은 치안 확보를 위한 나토와 아프간 정부군의 합동작전 전략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뉴욕 타임스>에 “협상 파트너인 아프간(정부와 주민들)에 의한 미국인들의 잇따른 피살과 신변 불안은 미국의 아프간 전략 논의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향후 수주간 이어질 외교안보 부처 연석회의에서, 아프간 내 구금시설의 양도, 2014년 철군 완료 이후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 오는 5월 나토 회담에서 오바마가 밝힐 아프간 주둔군 철군 규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관리는 “아프간 국민의 커져가는 적대감에 대한 첫 반응은 더 많은 정책 당국자들이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앞당겨야 한다는 점을 확신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는 2~4주 전보다 더 무력한 입장에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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