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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푸틴이 되겠지만…권위주의적 통치 싫다”

등록 2012-02-28 21:13수정 2012-02-28 23:35

 ‘러시아 민족우호대’ 정치학 석사과정 1학년 학생들이 지난 27일 모스크바의 이 대학 강의실에서 열린 <한겨레> 간담회에서 3월4일로 다가온 대선과 푸틴의 복귀 등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있다. 알렉세이 본다렌코·니콜라이 쿨라긴·바닉 무라드난·아이자다 바하포바·이리나 벨리코바·올가 막시키나(왼쪽 맨앞부터 시계방향)모스크바/강혜린 통신원
‘러시아 민족우호대’ 정치학 석사과정 1학년 학생들이 지난 27일 모스크바의 이 대학 강의실에서 열린 <한겨레> 간담회에서 3월4일로 다가온 대선과 푸틴의 복귀 등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있다. 알렉세이 본다렌코·니콜라이 쿨라긴·바닉 무라드난·아이자다 바하포바·이리나 벨리코바·올가 막시키나(왼쪽 맨앞부터 시계방향)모스크바/강혜린 통신원
러시아 대선 D-4…모스크바 젊은이들에 듣다
3월4일, 나흘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이변’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1차 투표에서 끝날 것이란 분석이 대다수인 데서 보듯, 선거가 블라디미르 푸틴(60) 총리의 3선 당선의 ‘형식적’ 추인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투·개표 부정으로 얼룩진 총선 이후 현재까지도 러시아에선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규모 푸틴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기정사실화된 푸틴 복귀와 이런 반감의 괴리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한겨레>는 27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현지에서 러시아민족우호대 정치학 석사과정 1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마련해 러시아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푸틴의 ‘강한 러시아’ 정책에는 찬성하지만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는 이들의 지적은, 푸틴을 맞는 러시아의 현재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직한 뒤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줬다가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푸틴에 대한 날선 비판이 우선 이어졌다. 알렉세이 본다렌코(24)는 “푸틴은 실질적인 단일정당 체제를 만들어 모든 정당을 억누르고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는 길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1초 늦는 것보다 1년 빨리 떠나는 게 훨씬 낫다’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하며 “체제가 붕괴되고 격분한 국민들이 그를 단죄하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고 신랄하게 말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차르’라고 불릴 만큼 권위주의 정치체제로 바꿔놓은 푸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젊은층들에게 푸틴은 과거·현재의 지도자일 뿐 미래의 지도자는 아니다. 이리나 벨리코바(25)는 “12년으로 충분하고, 또다시 푸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니콜라이 쿨라긴(24)은 “정치·경제 이행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아직은 푸틴이 러시아를 가장 잘 이끌 수 있다”고 지지했다.

하지만 러시아 젊은이들도 ‘강한 러시아’를 추구한 푸틴의 대외정책과 집권 초반 경제성과에 대해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벨리코바는 “푸틴은 세계무대에서 러시아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려 했고, 서방에서 우리를 강한 국가로 인식할 만큼 대외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혼란기를 거치며 무너진 ‘강대국 자존심’을 푸틴이 다시 일으켜세웠다는 것이다. 연평균 7%에 이르는 경제성장도 재도약의 발판으로 평가했다. 쿨라긴은 “2000년대 초 러시아는 실질적으로 붕괴된 상황이었지만, 푸틴이 경제·사회를 재건하고 견고한 발전의 길을 텄다”고 인정했다. 본다렌코는 “(당시) 젊고 새로운 지도자 푸틴은 실제로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빠르게 현실화하고 사회를 안정시켰다”고 말했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은 ‘차르의 귀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아이자다 바하포바(22)는 “푸틴은 논쟁할 여지도 없이 명백한 우승후보”라고 단언했다. 본다렌코는 “푸틴 이외에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 다른 후보는 더 별로”라며 ‘인물론’을 내세웠다. 벨리코바는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푸틴을 선택해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부재-언론 통제-부정선거’ 시스템이 푸틴의 승리를 확정하는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라는 자조도 있었다.

지난해 말 이후 ‘모스크바의 봄’을 점치는 서구의 분석이 이어졌지만, 이들은 푸틴의 장기집권 시스템이 견고하고 혁명의 트라우마가 아직 깊은 러시아에선 불가능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쿨라긴은 “러시아는 100년의 역사 속에서 혁명과 개혁을 여러번 거쳤지만, 그때마다 무언가를 잃고 불안정해지고 희생이 따랐다”며 러시아의 ‘혁명 거부감’을 설명했다. 본다렌코도 “사람들은 혁명을 전쟁의 전초전으로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런 두려움과 거부감은 젊다고 예외가 아니었다. 벨리코바는 “우리 세대에서 혁명은 100%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아랍 같은 혁명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의 귀환을 전제로 젊은 정치학도들은 다양한 요구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벨리코바는 특히 경제문제 해결을 첫째로 꼽았다. 그는 “경제가 붕괴된다면 나 같은 중산층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유럽 부채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상황을 우려했다. 쿨라긴은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뇌물·부정부패를 시급하게 타파해야 한다고 봤다.

정치세력 간의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실질적인 민주주의도 러시아의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꼽았다. 벨리코바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도 경쟁이 필요하다”며 “자유롭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본다렌코는 “일정 수준의 (민주적인) 대내 정치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푸틴은 자신의 승리에 대해 국내는 물론 서방으로부터 합법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강혜린 통신원,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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