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워싱턴 정보로 기사보내…북 언론 발표뒤에도 회견안해
북한의 로켓 발사 실패로 세계 언론이 떠들썩했던 13일, 정작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에 머물고 있는 외신기자 70~80명은 답답한 하루를 보냈다. 북한 당국은 앞서 기자들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와 위성관제종합지휘소로 안내했지만 발사 때에는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두 장소로 이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평양의 외신기자들은 이날 아침 로켓 발사 소식을 듣자마자 상황 파악을 위해 평양 양각도호텔의 프레스센터로 달려갔다. 북한 당국이 외신기자들에게 양각도호텔에 모이라는 통보를 해, 곧 관련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북한 언론이 낮 12시를 넘겨 발사 실패를 간략히 발표할 때까지 아무 설명을 들을 수 없었고 이후에도 사정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 관리들은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미 <엔비시>(NBC) 방송 기자는 “로켓 발사 소식을 북한 관리한테서 들은 게 아니라 워싱턴 당국과 우리 데스크한테 들었다”며 “프레스센터에 가니 안내원이 음악회에 가자며 엉뚱한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들이 “지금 무슨 음악회란 말이냐”며 로켓 발사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안내원은 어깨를 들썩거리다 곧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전날 양각도호텔 프레스센터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며 이번 방문 취재의 하이라이트가 될 로켓 발사를 선전하려는 준비작업을 했다. 외신들은 이에 맞춰 프레스센터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깔아놨으나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평양발로 뉴스를 내보내면서도 서울과 워싱턴에서 나온 정보를 주로 담을 수밖에 없었다. 평양에 간 <엔비시>의 우주기술 전문 분석가는 “동창리 기지를 가 보니 위성이 과연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할지 더 의구심이 생겼다”는 내용의 분석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출생 100돌인 15일(태양절)에 발사를 맞추려고 서두르다 실패를 자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시엔엔>(CNN)은 “로켓 발사는 김일성 출생 100돌 행사의 정점이었는데, 북한 당국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은 평양 시내 표정을 대충 전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엔비시>는 “거리에 군가가 울려퍼지고 전투기들이 날아다닌다”고 보도했고, <에이피>(AP) 통신은 태양절 행사 연습을 위해 김일성광장에 시민들이 모였다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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