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대가 교수-학생 채무관계 형성”
프 철학자 자플랭 ‘대학 상업화’ 지적
프 철학자 자플랭 ‘대학 상업화’ 지적
노벨상 수상자 44명, 퓰리처상 46명, 미국 대통령 8명을 배출한 세계 최고의 명문대. 비영리기구로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운용기금이 많은 부자 조직. 세계인의 선망의 대상인 미국 하버드대다. 이런 하버드대가 지나치게 상업화하면서,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가 왜곡되고 학문의 자유와 창의성까지 황폐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프랑스 철학자 엠마누엘 자플랭은 최근 일간 <르몽드> 기고에서, 하버드대 교육의 이율배반적인 양면성을 꼬집었다. 화려한 월계관 뒤에선, 교수가 대학의 피고용자 신분으로 전락하고 학생은 비싼 등록금을 내는 고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몸이 아파도 강의를 빼먹는 법이 없고, 학생들과 개별적 관계를 유지한다. 시험과 평가를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수단으로 삼기보다 건설적인 과정으로 활용한다. 겉보기에는 나무랄 데 없는 교육 모델이다.
문제는 하버드의 교육 시스템이 이같은 교수-학생 관계를 학생들이 저속한 욕망에 활용하게 몰아간다는 점이라고 자플랭은 지적한다. 학생들이 빚을 내 고액의 학비를 내는 대가로 교수들에게 지식과 경쟁력과 유능함에 더해 순종적 자세까지 기대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그런 확신을 주지 못하는 교수들을 강의평가로 쫓아낸다.
“고객은 왕이며 언제나 옳다!”는 데서 나오는 이런 현상에 대해 자플랭은 일찍이 로마 황제 네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가 ‘로마의 인간 관계는 채권-채무에 바탕하고 있다’고 한탄했던 것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자유시장 신봉자들은 부채가 동기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자플랭은 그러나 부채가 지식을 꽃피우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라며 “(하버드를 중퇴한) 마크 저커버그는 경제적 ‘마조히즘’(피학대 성도착증)이 아니라 ‘즐거운 충동’으로 페이스북을 창업했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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