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망신’뒤 대표팀 구조조정
정치권, 복권으로 스포츠기금 조성
조정 등 경쟁력있는 종목 집중투자
일부 선수는 종목 전환시켜 메달따
정치권, 복권으로 스포츠기금 조성
조정 등 경쟁력있는 종목 집중투자
일부 선수는 종목 전환시켜 메달따
“우리의 목표는 참가하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것이다.”(리즈 니콜 ‘U.K. 스포츠’ 대표)
27일 런던 올림픽 개막과 더불어 개최국 영국의 냉혹한 대표팀 구조조정이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승리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등으로 상징되는 올림픽 정신이 훼손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대표팀은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달랑’ 1개 목에 걸고 귀국했다. 타블로이드 <데일리 미러>가 “대영제국이 염소치기와 양치기의 나라에도 굴욕당했다”며 금메달 3개를 딴 카자흐스탄에도 밀린 자국 선수단을 맹렬하게 비난할 정도로 영국사회는 이성을 잃었다.
영국의 물불 안 가리는 ‘메달 전략’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정치권은 새 복권으로 스포츠 기금을 조성해 막대한 돈을 대표팀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런던 올림픽을 위해 4년간 조정대표팀에 투입한 돈만 3억1200만파운드(약 5539억원)에 이를 정도다. 또 1997년 ‘U.K. 스포츠’라는 정부기관을 신설해 올림픽 대표팀의 목표를 ‘메달획득’으로 못박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게 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조정과 요트, 사이클, 육상 등 메달 경쟁력이 있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선수에 대한 투자도 철저히 메달 획득 가능성을 위주로 했다. 전성기를 지나 메달 가능성이 낮은 선수들은 은퇴시켰다. 또 일부 선수는 우승 가능성이 더 높은 종목으로 전환시켰다. 2004년 아테네 조정 은메달리스트였던 레베카 로메로는 사이클로 종목을 바꿔 2008년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땄다. 해외에서 선수와 코치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영국의 올림픽 순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영국은 1996년 전체 메달 개수가 15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4년 뒤인 2000년 28개, 2004년 30개에 이어, 2008년에는 47개를 땄다.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4위였다. 특히, 올해는 개최국 프리미엄까지 얹어 1908년 런던 올림픽 이후 가장 많은 메달을 딸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영국이 65개의 메달을 따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골드만삭스가 1972~2008년 여름 올림픽 통계를 낸 결과, 개최국은 평소보다 54% 정도 많은 메달을 따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올해 영국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다 해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니콜 대표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영국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걸 전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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