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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EU 원전 조사, 지진은 물론 비행기 추락 대처까지 ‘꼼꼼 체크’

등록 2012-10-03 20:44수정 2012-10-03 20:45

유럽원전 ‘스트레스테스트’ 보니
원자로사업자→각국 규제기관→EU집행위 ‘3단계 조사’
10곳 지진 감지장치 미비·50곳 노후장치 사용 등 밝혀
한쪽선 “기존 조사 불충분…폭발·테러 대처까지 봐야”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세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인 곳은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유럽이었다. 유럽은 세계에서 처음 상업용 원전이 가동된 곳인 만큼 노후 원전이 많은데다,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아픔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각) 공개된 25쪽짜리 보고서에서도 밝히고 있듯 “유럽에는 30㎞ 이내에 1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원자로가 111기”나 되는 등 원전 위험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1년 3월24일 유럽지역 143개(가동 중 134기) 원자로를 대상으로 일본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극단적인 재해가 발생했을 때 각 원자로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내구성 검사’(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조사는 유럽연합에서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14개국과 원전을 신규로 기획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유럽연합은 아니지만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스위스,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 등의 원자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3단계에 걸친 조사는 지난해 6월 시작됐다. 1차 조사는 각 원자로 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원자로가 지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 또는 비행기 추락 같은 참사로 전원이 끊기는 등의 긴급 사태가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점검한 자체 조사였다. 2차는 이를 각국의 원전 규제기관이 꼼꼼히 재검토하는 조사였다. 이 조사가 끝나자 유럽연합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유럽연합 집행위 차원의 3차 각국별 비교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월께 보고서가 어느 정도 완성됐지만,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에 따라 추가 조사가 이어졌다.

2일 일부 공개된 결과는 유럽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필요한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지적된 문제는 전체 134개 원자로 가운데 무려 10개의 원자로에 지진감지장치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없었고, 50곳에서는 교체가 필요한 노후한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핀란드와 스웨덴의 원전에서는 전기가 끊겼을 경우 자동으로 작동하는 비상발전 설비가 없다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원자로의 안전을 담보하는 냉각장치는 전기로 가동되기 때문에 비상발전 설비가 없으면 원자로 폭발과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탈핵론자들은 이런 조사도 불충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탈핵론자이자 유럽의회 의원인 야닉 자도트는 “이번에 조사되지 않은 화재, 폭발, 테러 등의 상황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2022년부터 자국 내의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독일과 같은 탈핵 바람이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 6월 현재 유럽연합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자력 발전의 비율은 3분의 1쯤 정도지만, ‘원전 대국’인 프랑스의 경우 이 비중은 80%까지 올라간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국 안전점검은 형식적 수준 그쳐”

주민·환경단체 “전면 재점검을”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 역시 교육과학기술부 중심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점검 결과 발표 뒤“유럽연합(EU)과 일본 등에 견줘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지난해 3월21일부터 4월30일까지 41일 동안 당시 가동중인 21개 원자력발전소와 연구용 원자로 등에 대해 지진·해일 등 6개 분야 27개 항목을 점검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내 원전은 지진과 해일에 대해서 안전하게 설계·운영되고 있지만, 최악의 자연재해를 고려해 50개의 장·단기 안전 개선대책을 발굴했다”며 “앞으로 5년 동안 1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주민들과 전문가, 환경단체들은 점검기간이 유럽연합에 견줘 짧고, 점검 항목도 부실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원전 점검결과 발표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후쿠시마 사례처럼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고려하지 않고 기존 법규와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만 점검했다”며 “핵 산업계를 중심으로 핵 관련 전문가와 관료들을 중심으로 형식적인 점검을 진행해 대책 몇가지를 끼워 넣은 정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하루에만 2곳의 원전이 고장으로 정지되는 등 올해들어 잦아진 원전 고장·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김제남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2일 논평을 내어 “국내 점검의 경우, 지진·해일 중심의 점검만 이뤄지는 등 유럽연합이 스트레스테스트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에 견줘 턱없이 부족했다”며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전면 재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경제학)도 “우리도 유럽처럼 엄격한 점검을 통해 원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원전은 예방 원칙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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