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카보베르데의 페드로 베로나(오른쪽) 대통령이 모 이브라힘상을 받은 뒤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모 이브라힘 재단 누리집 화면갈무리
‘모 이브라힘상’ 올해도 선정불발
자진퇴임·국가발전 등 조건 미달
자진퇴임·국가발전 등 조건 미달
세계 최고 상금으로 유명한 ‘아프리카의 노벨상’ 모 이브라힘상이 올해도 수상자를 찾지 못했다. 수상 대상이 아프리카 지도자로 한정돼 있는데, 대륙을 통틀어 상을 받을 만한 지도자가 한명도 없다는 이유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6일 상금이 500만달러(약 55억원)가 넘는 모 이브라힘상이 6년 사이에 벌써 세번이나 수상자 선정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모 이브라힘 재단의 설립자인 수단 출신 백만장자 이통사업자 모 이브라힘은 “상의 신뢰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개탄했다. 2009년과 2010년에도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2011년에는 서아프리카 카보베르데의 페드로 베로나 대통령이 상을 거머쥐었다. 포르투갈 식민지 이후 일당 독재를 다당제 민주주의로 전환하고 생활수준을 향상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모 이브라힘상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보장함으로써 부패와 독재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국민소득에 비해 너무 과도한 상금을 지급한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첫 10년간 500만달러가 주어지며, 그 후로 수상자가 숨질 때까지 매년 20만달러의 연금도 보장된다.
반면 아프리카의 정치 현실에 비춰볼 때, 임기를 채우고 자발적으로 물러나야 하고, 재임 중 국가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조건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모 이브라힘 재단 이사인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지난 6년간 유럽대륙에서도 이 조건에 맞는 지도자를 세명 이상 꼽기가 힘들다”며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굴욕’이 전세계 지도자들에게도 ‘남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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