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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동 최우선 정책서 벗어나 한반도 비핵지대 추진해야”

등록 2012-11-21 20:36수정 2012-11-21 22:28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왼쪽) 교수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가 한반도 평화구축 해법을 놓고 15일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선스(조지아주)/박현 특파원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왼쪽) 교수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가 한반도 평화구축 해법을 놓고 15일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선스(조지아주)/박현 특파원
오바마 2기 ‘대북정책’ 전망
요한 갈퉁-박한식 교수 대담
평화를 일구는 데 평생을 바쳐온 대표적인 실천적 평화학자 두 사람이 만났다.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요한 갈퉁(82) 교수와 ‘북미관계의 평화 설계자’로 불리는 박한식(73) 미국 조지아대 교수가 15일(현지시각)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북미관계 전망과 한반도 평화구축 해법’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갈퉁 교수는 2010년 ‘디엠제트(DMZ) 평화상’을, 박한식 교수는 같은 해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모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노르웨이 출신인 갈퉁 교수는 29살 때 오슬로에 평화연구소를 세웠으며,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이라면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비폭력 평화운동을 실천해왔다.

이날 대담은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갈퉁 교수가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소장 박한식 교수) 초청으로 ‘평화의 공식과 미국 외교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조지아대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대담은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됐다.

사회 먼저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평가해달라.

요한 갈퉁 교수(이하 갈퉁)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의 사회운동가이자 법학 교수였다. 그래서 국제관계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외교정책과 관련해 이라크전은 불필요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드론(무인기)이나 네이비 실 등을 통한 특수작전 중심으로 전술을 바꿨다. 북한과 관련해선 이룬 게 없고, 부시의 유산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박한식 교수(이하 박) 동의한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들어갈 때, 그는 워싱턴 기성 정치세력과 연계가 없었다. 선거에서 뽑혔지만 적대적 주변 환경에 직면해야 했다. 이들은 직접 대화를 통한 글로벌 비핵화와 글로벌 평화 구축이라는 오바마의 아이디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바마가 이상을 펼칠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만해도 기성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군산복합체와 석유업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오바마는 외교정책에 관한 한 지금까지 힐러리와 그의 세력에 많은 것을 의존해왔다.

갈퉁 힐러리는 크리스찬 시오니스트여서 중동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뒀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스라엘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오바마도 유대인 단체로부터 정치·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이것이 오바마 1기 행정부를 지배해서 북한뿐만 아니라 유럽 및 다른 나라들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2기 오바마 행정부의 과제가 막중하다. 박 교수께서 말한 직접 대화를 통한 평화 구축 계획은 뛰어난 방안이지만 비핵화는 러시아와 미국의 오래된 무기들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1기때 북-미 관계 진전없고 부시 유산 그대로
‘값싼 노동력’식 경제적 접근은 북 증오 불러
남북 공동해양양식 등 상호이익 도모 바람직

오바마의 제안은 매우 야심찬 것이었다. 글로벌 비핵화의 대상에는 미국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미국 기성세력에 의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갈퉁 그 아이디어는 너무 야심찼다고 본다. 이보다는 덜 야심찬 개념이지만 뛰어난 아이디어로 비핵지대(nuclear free zone·일정한 지역 안에서 관계국들이 핵무기의 제조·개발·취득 등을 금지하고,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그것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지대)가 있다. 한반도와 중동에 이것이 적용될 수 있다. 이미 중앙아시아에는 관련 조약이 있다. 나는 오바마가 2기 때 이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사회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전망해달라.

갈퉁 오바마는 잃을 게 없기 때문에 2기 때 더 강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회와 권력을 분점한 상태라는 점이 외교정책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바마는 2기 때는 의회에 매달리는 대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다. 재선이 됐기 때문에 자신감에 차 있다고 본다. 외교정책은 그의 족적을 남기는 데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다. 북한 이슈도 그가 잃을 게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과 세계가 북한을 오해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이 어떤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핵 능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보는데 이건 잘못이다. 북한은 그들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무기를 가지는 것은 김일성 주석의 뜻에도 반하는 것이 된다. 북한은 안전이 보장된다면, 기꺼이 국제 사찰을 받고 핵 야망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퉁 그게 나의 요점이기도 하다. 안전으로 가는 길은 평화를 통해 이뤄진다. 이견이 있을지 모르지만, 남북한이 상호 이로운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동 ‘해양 양식’(ocean farming) 같은 게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른바 ‘회색지대’(grey zone)로 불리는 공동관리지역 같은 것이 바람직하다. 이 아이디어는 시작 단계에서 실행 가능한 조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간 군사훈련 등으로 서해는 가장 취약한 지역이 돼 있는 실정이다. 이곳이 공동 관리될 필요가 있다.

갈퉁 유의해야 할 것은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한국의 자본을 사용해 이익을 도모한다는 식의 경제적 이해관계로만 이를 보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북한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것은 의존과 증오를 잉태한다. 더 좋은 아이디어는 동일한 이해관계가 접목되는 공동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이다. 해양 양식이 그런 예가 될 수 있다.

조화의 개념은 동아시아 사람들의 피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그래서 평화 개념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잘 실험될 수 있다고 본다. 남·북한 관계도 경제와 군사력 경쟁이 아니라 조화라는 관점에서 해결될 수 있다. 북한은 지옥이 아니다. 근대화가 결여돼 있지만 상당히 좋은 특성들을 갖고 있다. 남한은 경제적으로 앞섰으나 사회문화적 부작용들이 많다. 그래서 양쪽이 평화와 조화의 정신으로 보완할 수 있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힐러리 등 기성 정치세력에 의존한 외교 한계
재선 자신감 힘입어 북한정책 우선순위 높여야
‘핵포기 요구’ 앞서 미 먼저 대북적대 완화 필요

갈퉁 서양의 평화는 토마스 홉스에서 나온 것이다. 평화를 관리할 수 없다면 군비 확충을 통한 권력 균형이 도모된다. 이것은 무기 경쟁과 전쟁을 초래하게 된다. 동아시아의 평화 철학은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북한은 미국에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할 것을, 미국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할 것을 주장한다. 이것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나?

두 나라가 동일한 선상에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두 나라는 다른 차원에 있다. 북한이 어떤 조처를 하기를 기대하기 전에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완화돼야 한다. 지구상의 어떤 국가가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타협을 하겠는가? 북한에 먼저 비핵화를 기대하는 것은 백일몽을 꾸는 것이다.

갈퉁 그건 비대칭이다. 그러나 이것이 협력을 이룰 수 없다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상호 존중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엄청난 압력에도 생존해온 것은 정신적 강인함이 있기 때문이다. 독재라는 관점에서만 설명될 수 없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를 통해 평화를 얻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과 관련해선, 두개의 독립적 국가로서 출발하고, 그리고 나서 연방(confederation)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연방은 점점 강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공동 관리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유일한 해결책이 하나의 민족, 두개의 국가다. 비무장지대 같은 곳을 공동관리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일이 오래 걸린다. 나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평화학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예컨대, 평화를 지향하는 대학이 비무장지대에서 교육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남북한과 세계의 갈등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그 학생이 되는 것이다. 갈퉁 교수는 ‘디엠제트 평화상’ 수상자이니 이런 작업의 적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시진핑 시대의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갈퉁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그 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알고 충돌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 가능한 한 상호간에 많은 지식이 유통돼야 한다. 두 나라가 서로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미·중관계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대치 국면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경제적인 상호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국에는 워싱턴컨센서스에 비견할 만한 게 없다고 본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인다. 한국은 너무나 오랫동안 냉전의 희생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두나라의 대치 국면을 생각하는데, 내 생각엔 냉전 시대의 미·소 관계를 방불케 하는 그런 상황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회·정리, 애선스(조지아주)/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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