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실험뒤 수일째 전화연결 안돼
한·중·일 외무와는 모두 대화 나눠
미-러 ‘불협화음’ 징조 분석 잇따라
러 “실무 문제에 병적인 반응” 반박
한·중·일 외무와는 모두 대화 나눠
미-러 ‘불협화음’ 징조 분석 잇따라
러 “실무 문제에 병적인 반응” 반박
불가피한 사정인가, 의도적 신경전인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실시 직후인 1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수일째 성사되지 못한 것을 둘러싸고 양국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근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케리 장관은 12일 오전 북한 핵실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자, 한국·중국·일본·러시아 외교장관들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었다. 유독 러시아 장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는 아프리카 출장 중이라는 이유였지만, 닷새가 지나도록 통화가 되지 않자 미 국무부는 내심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케리 장관이 이달 초 취임 뒤 라브로프 장관과 한 유일한 전화통화에서 양국간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들어 수일째 이어지는 ‘불통’에 어떤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두 장관이 소통의 중요성에 공감했다고 했는데 왜 러시아 쪽은 전화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건 러시아 쪽에 물어보라”고 답했고, “케리 장관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며 곤혹스러움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이번엔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16일 웹사이트에 보도문을 올렸다. 그는 “이런 실무적 문제가 미국 기자단에 병적일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자신들이 다른 날짜를 제시했는데 미국 쪽이 응답을 않다가 뉼런드 대변인이 황당한 발표를 했다고 꼬집었다.
두 나라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러시아의 여성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 처벌, 미국 국제개발처의 러시아 철수, 미 의회가 주도한 러시아인권법에 대항한 미국인들의 러시아 아동 입양 금지 등으로 잇따라 갈등을 빚어왔다. 급기야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초 올봄에 러시아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미-러 정상회담을 오는 9월 주요 20개국(G20) 회의로 미룰 방침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지난달 임명된 토니 블링컨은 이달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 참석을 앞두고 브리핑에서 “우리(미-러)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관해서 이견이 있다. 그것들을 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러시아의 내부 문제를 불만족스럽게 여긴다는 얘기를 워싱턴에서 수차례 들었다. 우리는 진짜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대통령이던 시절엔 ‘햄버거 회동’까지 나눌 정도로 가깝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3선 이후 악화일로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러시아 중산층의 반대운동이 미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3월 푸틴 당선 이후 다른 나라 정상과 달리 며칠 뒤에나 축하전화를 걸어 뒷말을 낳았다. 이런 두 나라 관계는 앞으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이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핵군축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핵실험 대응 논의에서도 러시아는 중국 편을 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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