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와르다크주 민간인 고문·살인에 특수부대 연루”
특수작전중 아프간인 9명 실종
민간인 사망자 1명 고문 흔적에
카르자이 “미군 관여한 것 분명”
미 부대안 현지인 경찰 짓 의심
‘일방 군사작전’ 불만도 담긴 듯
특수작전중 아프간인 9명 실종
민간인 사망자 1명 고문 흔적에
카르자이 “미군 관여한 것 분명”
미 부대안 현지인 경찰 짓 의심
‘일방 군사작전’ 불만도 담긴 듯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24일 카불 인근 전략요충지에서 작전 중인 미군 특수부대가 민간인 실종과 고문에 관여돼 있다며 2주 안에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에서 “와르다크주 주둔 미군 특수부대 소속으로 확인된 무장한 사람들이 무고한 주민들에 대한 고문과 살인에 관여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성명은 문제의 특수부대가 펼친 작전 도중 민간인 9명이 실종된 것과 한 대학생이 집에서 밤에 끌려나갔다가 이틀이 지나 고문당하고 참수된 시신으로 다리 밑에서 발견된 일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와르다크주 주지사 등이 참석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증언들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미군 특수부대에 소속된 미군일 수도 있으나 아프간 사람들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 대변인인 아말 파이지는 이 사건이 “미군 특수부대 안에서” 일하는 무장 아프간인들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또 “미군 쪽은 처음에는 사건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가 나중에 번복했다”며 수사에 협조해줄 것으로 강력히 요청했다.
외신들은 이들이 미군 특수부대가 연합군 철수에 대비해 훈련을 시키고 있는 ‘아프간 지역경찰’일 것으로 추정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현재 4500명의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아프간 지역경찰을 훈련시키고 있다”며 “아프간 지역경찰 소속 대원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동안 인권 유린과 범죄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미군 주도 연합군은 2014년 말까지 군대를 철수하는 대신, 약 8000명에서 1만2000명 가량의 군대를 잔류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잔류하는 연합군은 대부분 미군 특수부대로 구성될 예정이며, 아프간 지역경찰을 대테러 전쟁의 주요 부대로 활용할 방침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이번 조처는 아프간 내에서 일방적인 작전을 당연시하는 미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미군의 야간 급습 작전과 미군의 공습으로 민간인이 숨지는 사건 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다. 2주 전에는, 아프간 군의 요청으로 미군이 민간인 거주지역을 공습했는데 이 과정에서 1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이에 자극받아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간 군이 미군에 공습을 요청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또 연합군 철수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가디언>은 현지 언론인의 말을 인용해 “현재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미군이 아프간에서 면책 특권을 갖는 문제를 놓고 거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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