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선택 평가’ 새 교황 누구?
이탈리아서 이주한 노동자 아들로
유럽-비유럽 모두 만족시킨 결정
가톨릭이 직면한 위기의식 반영
낙태·동성결혼 등에선 보수적
불평등·교권주의 비판선 진보
“반정부 사제 보호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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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교권주의 비판선 진보
“반정부 사제 보호실패
“가톨릭 교회의 왕자(추기경)들이 솔로몬의 선택을 했다.”(<워싱턴 포스트>)
13일(현지시각)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7) 추기경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청빈과 박애,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외신들은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 115명의 투표 결과를 ‘신의 한 수’에 비유했다. 그레고리 3세 이후 1282년 만에 첫 비유럽 출신 교황이면서도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이고, 교리 해석은 보수적이지만 사회문제엔 진보적인 새 교황의 면모 때문이다. 가톨릭 전문가들은 유럽과 비유럽, 보수와 개혁파 모두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콘클라베는 요한 바오로 2세(폴란드)와 베네딕토 16세(독일)에게 연거푸 교황 자리를 내준 이탈리아의 ‘교황 재탈환’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신흥 가톨릭 대국인 남미·아프리카와 북미까지 가세해 교황 배출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콘클라베 시작 뒤에도 유력 후보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의 경쟁자였던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이번엔 고령이라는 이유로 10여명의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세계를 깜짝 놀랜 콘클라베의 선택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 가톨릭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선택이 가톨릭의 중심을 신도 수가 20% 남짓인 유럽에서 40% 이상을 차지하는 남미로 ‘극적으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언론을 통해 막판까지 유력 후보로 거론된 안젤로 스콜라(72) 이탈리아 밀라노 대주교 대신, 예상외로 빠른 이틀 만에 프란치스코가 교황으로 선출된 사실은 가톨릭 최고위 성직자들이 느끼는 고민의 수준을 반영한다.
다만 너무 극적인 전환의 ‘완충제’로 온건 보수 성향의 이탈리아 혈통 교황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란치스코는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철도노동자였으며, 5남매 중 막내아들이었다. 남미는 물론 미대륙을 통틀어 첫번째 교황이지만, 이탈리아 이민자라 ‘주류’ 이탈리아와 유럽 추기경들의 지지를 얻었으리라 추정된다. 독일에서 유학해 스페인어는 물론 독일어에 능통하고, 바티칸에서 일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유창한 이탈리아어 실력도 큰 장점이다.
예수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는 교리적인 면에서도 이상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예수회는 교리에 있어서 보수적이지만 독립적이고, 교육과 사회문제에서는 진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58년 스물두살에 예수회에 입문한 이래 지금까지 수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처럼 낙태와 피임, 동성결혼과 여성 사제 서품 등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바티칸의 연속성을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경제적인 불평등을 “하늘이 비명 지를 사회악”으로 평가하고, 교회의 교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경제·사회문제에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의 바티칸 전문가 존 앨런은 “그는 에이즈 환자들을 방문해 발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며 병들고 가난한 사람 편에 서 있는 박애주의자로서 새 교황의 면모를 언급하기도 했다. 여성계와 동성애자들이 실망할 수도 있지만 급진 개혁적 성향의 교황이 불가능한 현 상태에서는 차선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 빈민들의 성자였던 ‘프란치스코’에서 따온 교황명에서 드러나듯, 그는 청빈한 삶과 겸손한 태도로도 칭송받아왔다. 그는 고위 성직자에게 주어지는 관저와 자가용을 마다하고 버스를 이용해왔다. 또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에서 브렌트 하트 당시 아르헨티나 주재 미국 대사관 차석대사는 “사람들은 그의 겸손함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고위직이나 명예를 얻으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교적이지는 않지만 온화하고, 21세기 교황의 중요 자질 중 하나인 대언론 관계도 좋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 어린양을 이끄는 목자로 평생을 헌신해왔다. 그러면서도 바티칸의 각종 위원회 활동도 해왔다. 지난해 교황 비밀문서 유출 사건 이후 바티칸의 권력암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과 바티칸을 아우르는 경력은 교황청 관료제 개혁을 가능하게 할 자질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은 다만 프란치스코가 2005년 콘클라베 당시 자국 인권변호사로부터 고발을 당했다며, 새 교황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시절이던 1970년대 ‘더러운 전쟁’ 시기에 예수회 소속 반정부 성향 사제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베르골리오 추기경 쪽은 “낡은 비방”이라고 일축했지만,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이슬람·개신교 등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때에, 남미에서 폭넓은 인정을 받고 있는 해방신학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던 프란치스코의 성향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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