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무기 거래제한 목적
최대수출국 미 상원서 반대
최대수출국 미 상원서 반대
국제사회가 재래식 무기의 불법 거래를 막으려고 마련 중인 ‘무기거래조약’이 또다시 미국에 의해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세계 최대 재래식 무기 수출국인 미국의 조약 비준권을 지닌 미국 상원이 이 조약에 반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193개 유엔 회원국들은 재래식 무기의 국제거래 표준을 사상 처음으로 정하는 이 조약을 마무리하려는 회의를 지난 18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조약은 재래식 무기가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고 있거나 저지르리라 의심되는 정권과 조직들한테 넘어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기 수출국들에게 거래 상대방을 확인하고 거래를 보고할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대상 무기는 소형 화기부터 탱크·전함·전투기·미사일 등 8개 종류에 이른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불법적인 국제 무기 거래의 여파로 하루 2000여명이 숨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 조약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무기 수출국들의 반대 또는 소극적 태도로 몇 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반대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뒤 가입 의사를 밝혔으나 지난해 7월 협상에서는 대선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해 조약을 무산시킨 바 있다. 당시 남부 지역 유권자와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이 강한 미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친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을 따랐다.
이번엔 미국 정부는 조약 가입 의사를 밝혔으나 의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상원은 23일 정부가 이 조약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53 대 46으로 통과시켰다. 조약이 헌법이 규정하는 총기 소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연간 7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재래식무기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러시아·중국 등 다른 주요 무기 수출국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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