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최고 경영책임자(CEO) 머리사 메이어(38),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FO)인 셰릴 샌드버그(43)
뉴욕타임스, 최근 논쟁 보도
기업임원·각료에 여성들 늘어
성평등 지수는 높아졌지만
대다수 육아에 최저임금 노동
실질적 평등 실현엔 의문
성공여성이 되레 ‘적’ 지적도
기업임원·각료에 여성들 늘어
성평등 지수는 높아졌지만
대다수 육아에 최저임금 노동
실질적 평등 실현엔 의문
성공여성이 되레 ‘적’ 지적도
영국 잉글랜드의 대도시 그레이트멘체스터에 사는 캐서린(44·가명)은 슈퍼마켓에서 일한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보고 싶지만 참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챙겨주려면 슈퍼마켓 파트타임 말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캐서린이 슈퍼마켓에서 일하다 아이들을 돌보려고 허겁지겁 집으로 향할 때, 야후의 최고경영책임자(CEO) 마리사 메이어(38)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출근한다. 사무실 옆에 아이를 위한 전용 놀이방을 만든 덕분이다. 연봉 2340만달러를 받는 메이어에겐 이런 식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매년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이 돌아오면 전세계 대부분 매체들은 성평등 기준으로 기업의 고위 임원·정부 각료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싣는다. 메이어도 미국의 성평등 지수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메이어의 성공은 다른 평범한 여성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실제적으론 성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메이어가 생산성 제고를 명분으로 재택근무를 금지해 많은 여성 직원들이 일이냐, 육아냐를 선택해야 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9일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최근 발간한 성평등 보고서 <크나큰 기대들:성평등 약속에 대한 탐구>를 소개하며 최근의 페미니즘 논쟁을 보도했다. 핵심은 페미니즘이 ‘유리천장을 부수는 엘리트 여성’들과 ‘최저임금 밑바닥에서 헤매는 여성들’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느냐다. 1950년대 후반부터 성평등 문제를 분석해온 이 연구소는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영국 각지의 다양한 계층·연령·인종의 여성 5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1980년대 이후 여성 고용률이 급상승했고 남성과 여성의 평균 임금 격차도 줄었지만, 이는 계급 상승이 가능한 사회변동 요소가 줄고 경제불평등이 심화된 탓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괜찮은 보수를 받는 제조업 남성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한 비숙련 서비스업으로 대체됐으며, 여성들의 일에 대한 태도가 변했다기보다는 남편의 월급이 준 탓에 많은 여성들이 맞벌이에 나섰고 이로써 대규모 여성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양산됐다는 것이다.
공공정책연구소는 하지만 교육수준이 높더라도 육아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전문직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아기를 가진 이후엔 남성들보다 질낮은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남성들이 육아와 가사에 들이는 시간은 점점 느는 추세지만 이는 주로 좋은 일자리를 가진 남성들만 해당된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FO)인 셰릴 샌드버그(43)는 베스트셀러가 된 <뛰어들어라(Lean In)>에서 여성들은 결혼 초반부터 남편과 50대 50으로 가사 분담을 하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자신도 퇴근 이후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을 남편과 나눠 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2인자인 샌드버그는 자신이 퇴근시간으로 정한 오후 5시30분에 회사를 나설 수 있고, 성공한 사업가인 남편 또한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만약 부부 모두 퇴근이 늦어지면, 가까이 사는 동생이 와준다. 그러나 이런 자구·지원체계가 갖춰진 부부는 현실에선 흔치 않다.
보고서는 페미니즘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엔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고 윤리적인 경영·소비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며, 지금도 페미니즘 운동이 경제·사회·정치 분야의 민주화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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