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국 시도 에콰도르인 100여명 낚싯배 뒤집혀 사망
‘에메리칸 드림’을 그리며 소형 낚싯배에 몸을 실었던 에콰도르인 100여명이 태평양의 높은 파도 속에 안타까운 꿈과 인생을 묻었다.
미국 입국을 노리고 멕시코를 향해 지난 11일 에콰도르 북부 만타항을 떠난 탄 15인승 소형 낚싯배가 다음날 밤 콜롬비아 남서부 태평양 해상에서 높은 파도에 전복돼 113명 가운데 9명만이 구조됐을 뿐 나머지는 숨졌다고 에콰도르 정부가 17일 밝혔다.
가스통을 붙잡고 살아난 훌리오 시살리마(25)는 “배에 너무 많은 사람이 타서 뒤집혔으며, 이틀동안 바다에서 헤엄을 쳤다”고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밝혔고, 또다른 생존자는 바다에 떠있는 부표를 발견하고 붙잡아 살아나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혼란에다 1999년 심각한 경제위기 이후 목숨을 걸고 미국이나 스페인행 승부수를 택해 고국을 떠난 에콰도르인은 전체 인구의 4%인 50만명으로 추산되는 등 이번 사건은 중남미 서민들의 애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코스타리카 인근 태평양 해상에서 에콰도르, 페루 출신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 88명을 태운 선박이 침몰 직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조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3천달러를 선불로 주고 성공할 경우 7천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기로 약속했으나 브로커들은 배가 기관고장을 일으키자 이들을 버리고 달아났다.
또 지난해 8월 미국 해안경비대가 에콰도르 출신 불법 이민자 106명을 태운 채 태평양을 표류하던 고장난 에콰도르 소형 어선을 발견한 일도 있다.
남미권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가는 경우 보통은 중미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걸어서 들어가는 경로를 택한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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