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변의 순간과 현장
10초새 두차례 폭발 ‘아수라장’
“사방에 뼈와 파편 널렸다”
부상자 중 8명 이상 어린이
마틴 여자형제도 발목 절단 결승선 통과자 가장 많은 시간
상황 미리 알고 범행 준비한듯
15일 오후 2시50분(현지시각) 보스턴 마라톤 참사 현장에서 변을 당한 사망자 가운데는 8살 소년 마틴 리처드가 있었다. 현지 일간 <보스턴 글로브>는 소년이 마라톤에 참가한 아빠 윌리엄을 응원하며 기다리다가 첫번째 폭발의 희생자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앞니 유치가 빠진 채로 해맑게 웃고 있는 마틴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무고한 죽음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마틴의 여자 형제도 발목이 절단되는 심각한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스턴을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인 이날 참사에서는 부모 손을 잡고 행사를 구경하러 나온 어린이들의 피해가 컸다. 부상자 가운데 적어도 8명은 어린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2살 남자 아기도 머리를 심하게 다쳐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라톤 참가자 루펜 바스타잔(35)은 “다리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방이 피다. 뼈와 파편이 널렸다”고 참혹한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우승자가 첫 테이프를 끊은 지 두 시간 만에 코플리 광장 근처 결승선 앞 30m 지점에서 첫 폭발음이 들렸다. 마라톤 코스 왼쪽의 관중석과 국기 게양대 뒤편이었다. ‘폭죽인가?’ 일부 선수와 관중들이 혼란을 느낄 찰나, 10여초 만에 북쪽으로 90m 떨어진 지점에서 굉음과 함께 두번째 폭발물이 터졌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날 참사로 최소 3명이 숨지고 17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17명이 중태고, 다른 25명도 중상을 입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적어도 10여명은 다리를 잃었다. 리즈 노든이라는 여성은 “5남매 가운데 30대인 두 아들이 마라톤을 구경하다 다리를 잃었다”며 비극에 망연자실했다.
‘마라토너들의 성지’ 보스턴 마라톤 완주를 눈앞에 둔 그곳에 누가 폭발물을 설치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용의자가 노린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출발 총성이 울린 지 4시간여 만에 폭발이 일어나 더욱 “파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반인 참가자들과 그들을 격려하려는 가족·친지들이 ‘메인 스트리트’인 보일스턴 거리에 가장 많이 몰리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2만3000명이 마라톤에 참가했고, 1만7580명이 폭발물이 터지기 전에 완주했다. 5400여명의 참가자들이 사력을 다해 결승선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지난해 보스턴 마라톤에선 전체 완주자 9100명의 42% 정도가 ‘2시50분’을 기준으로 30분 사이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전 대회 상황을 참고해 범행을 계획했을 용의자가 선택하기에 맞춤한 시간대인 셈이다. 또 세계 언론과 사진기자들이 감동적인 결승선 풍경을 담으려고 진을 치고 있는 것도 ‘참사 소식’을 요란하게 알리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아직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범인의 의도는 적중했다. 일간 <보스턴 글로브>의 기자 빌리 베이커는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9·11이나 쓰나미 같은 공포”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3000여명이 숨진 9·11 테러와 사망자 수나 피해 규모에서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날’ 이후 본토 공격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공포는 9·11에 맞먹는다는 비유다.
디어드리 햇필드(27)는 결승선에서 몇걸음 떨어진 곳에서 첫 폭발음을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나가떨어지는 것을 봤다. 어린이 두 명이 죽은 듯한 모습을 봤다. 다리가 없는 사람들을 봤다”며 괴로워했다.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26명의 가족을 잃은 유족들도 악몽을 되새겼다. 주최 쪽은 이날 유족들을 귀빈석(VIP)에 초청했다. 또 대회 시작 전 ‘26초’간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시간을 갖는 등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려 애썼지만, 참사로 빛이 바랬다. 다만 불행 중 다행으로 유족들 가운데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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