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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EU “미얀마 경제제재 해제”

등록 2013-04-23 20:23수정 2013-04-24 08:12

인권단체, 테인 세인 정부 ‘인종청소’ 방조 비판속
정치·사회 변화에 대한 보상 성격
야당쪽 수치 “해제할 때 됐다” 반겨
인권단체 “변화 이끌 힘 잃어” 비판
모두 같은 날 벌어진 일이었다. 22일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룩셈부르크에 모여 미얀마(옛 버마)에 대해 무기거래를 제외한 모든 경제·통상 제재를 영구히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은 그동안 미얀마에서 일어났고 앞으로도 계속될 변화에 대한 응답”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좌우하는 국내 갈등 해결을 외부 변수에 의존하길 원하지 않는다. 이젠 제재를 해제할 때가 됐다”고 반겼다.

하지만 이들의 평가와 달리, 미얀마의 긍정적 변화를 의심케 하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영국 <비비시>(BBC)는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주의 소도시 메이크틸라에서 일어난 이슬람·불교도들의 충돌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이날 공개했다.

이슬람계 주민들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이 도시에선 지난달 20일 이슬람교도가 운영하는 금가게에서 불교 신자들이 흥정을 하다가 시비가 붙은 것이 대규모 폭동으로 번져 이슬람사원 5곳이 불타고 40여명이 숨졌다. 이 동영상에선 몽둥이를 든 불교 승려들이 폭력에 가담하고 있으며, 몸에 불이 붙은 이슬람교도가 숯처럼 타들어가는데도 누군가 “물을 주지 마. 죽게 놔둬”라고 소리친다. 그런데 미얀마 경찰들은 이 끔찍한 장면을 멀뚱히 바라볼 뿐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이날 보고서를 내 미얀마 정부의 묵인 아래 ‘인종청소’가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단체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지난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수백명이 살해당하고 대량 난민이 된 것과 관련해, 현지조사와 주민 면담 결과 공권력이 학살을 방치 또는 공조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살해당한 로힝야족들의 주검이 묻힌 4곳의 대규모 매장지를 발견했으며 군인들이 트럭에 주검을 싣고 와서 직접 땅을 파고 묻었다는 주민 증언을 내놓았다. 일부 경찰들은 흉기와 사제 소총으로 무장한 불교도들의 폭력을 막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그냥 지켜보거나 잔혹행위에 가담하기도 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처럼 당국의 인권침해가 심각한데도 유럽연합이 경제제재를 전면 해제한 것은 앞으로 미얀마의 변화를 이끌어낼 지렛대를 없앤 것”이라고 비판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본래 군인 출신이지만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년 넘게 가택연금됐던 아웅산 수치를 풀어줬고 수천명의 정치범도 사면·석방했으며 민영 일간지 발간 허용, 집회 금지 폐지 등 전향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세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방국가들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도 신속하게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세인 대통령이 소수민족과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경제발전도 발목잡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금 밥통으로 구걸하는 거지’ 라는 오명을 지닌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를 잇는 중요한 교역로이자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고 있으나, 1960년대 군부독재 이후 경제가 몰락하며 최빈국 대열에 들어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얀마가 풍부한 인력과 개발 잠재력 때문에 서방의 다국적기업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는 곳이지만, 해외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하기 위해선 종교·인종갈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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