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업체들 생산과정 등 공개 시작
방글라데시 참사 뒤 급속히 확산
방글라데시 참사 뒤 급속히 확산
“공장은 우리 회사의 로스앤젤레스 사무실에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여러번 공장을 방문합니다.”
미국의 온라인 의류회사 ‘에버레인’은 지난주부터 누리집에 새로운 제품 정보를 추가했다. 옷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모든 의류의 생산 비용 분석 내용과 공장 사진도 공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8일 미국 의류 회사들이 ‘공정무역’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상품이냐’라는 질문은 주로 커피나 과일 같은 먹거리에서 중시됐다. 하지만 지난달 방글라데시에서 의류공장 붕괴 사고로 900여명이 숨지면서,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의류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생산 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조사도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소비자들이 공정무역 옷을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국은 더 지불한다”는 매사추세츠 공대와 하버드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미시간대 노동학 강사 이안 로빈슨은 “노동 착취에서 자유로운 상품(sweat-free)에 대한 실질적 수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회적 추세에 방글라데시 참사가 겹치자 대형 의류 회사들이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월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하도급업자들은 지난해 11월 화재로 112명이 숨진 방글라데시 타즈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했다. 갭과 타겟 등은 2010년 30명의 노동자들이 숨진 또다른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었다. 나이키는 제3세계 아웃소싱을 통한 노동 착취 탓에 보이콧에 직면한 최초·최대 의류 회사이기도 하다. 이들 업체들은 2011년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을 만들었다. 힉 지수(Higg Index)라는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힉 지수엔 애초 친환경 측정치만 담을 예정이었지만, 올 가을 선보일 지수에는 사회·노동적인 측정치들도 포함된다.
급진적인 정보 공개를 실험하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론칭한 ‘어니스트 바이’는 “320달러짜리 셔츠 한벌을 위해, 벨기에 공장에서 33분간 자르고, 145분간 만들고, 10분간 다린다. 슬로베니아의 공장에서 10분간 더 손질한다. 옷핀 값은 4센트이고 운송비는 10달러50센트”라고 제품 정보를 밝힌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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