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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흔들리는 중동질서…바빠진 미국 외교

등록 2013-08-04 20:19수정 2013-08-05 08:27

동맹국 이집트마저 격변 상태
외교역량 총동원해 대화 나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회담 중재
파키스탄과도 관계회복 모색

‘온건파’ 집권한 이란과의 관계
대중동정책 변화 시금석 될 듯
중동지역에서 해묵은 갈등이 열병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몇몇 동맹국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의 중동외교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현재 미국의 중동정책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은 발등의 불이다. 미국 정부는 예멘·이집트·리비아 등 중동지역의 21개 대사관·영사관을 일시 폐쇄했다. 지난 2일엔 알카에다 위협을 경고하며 미국인들한테 해외여행 경계령을 내렸다. ‘테러와의 전쟁’ 12년이 지났지만 알카에다는 소탕은커녕 예멘 등 혼란스런 몇몇 나라를 거점으로 세를 불렸고, 최근 잇따른 탈옥과 자살폭탄 테러를 지휘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3일 이라크 등에서 벌어진 탈옥 사건으로 테러리스트 수백명이 도망쳤다며 글로벌 보안 경보를 발령했다.

든든한 우방국이던 이집트가 정치적 격변에 휩싸인 것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3일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3일 베르나르디노 레온 유럽연합(EU) 특별대사 등과 함께, 실각한 무함마드 무르시 지지자 대표들과 과도행정부 인사들을 잇따라 만났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이 자리에서 반무르시 진영 중 자유주의 개혁 성향인 ‘구국전선’과는 대화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고 <로이터>가 3일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압둘파타흐 시시 국방장관 등 군부와는 정치적 협상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무슬림형제단도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복귀하긴 힘들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다만 명분과 법적인 절차를 갖춰 퇴각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로이터>가 서방 외교관들의 말을 빌려 전했다.

미국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점을 최대한 이용해 중동지역의 불안정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문제로 3년 전 결렬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중재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올해 초 총선 이후 더 우경화한 이스라엘 내각을 움직인 것은, 이-팔 관계를 안정시켜 이란·시리아·이집트 등 주변 국가들의 분쟁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드론(무인기)에 의한 민간인 살상으로 냉랭해진 파키스탄과도 관계 회복을 모색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1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만나 ‘전략적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샤리프 총리를 올가을 워싱턴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아프간 공격의 베이스캠프인 파키스탄과 관계를 회복해야 아프간 철군이 순조롭고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되는 나라는 이란이다. 4일 이란에선 ‘온건파’ 하산 로하니가 4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2003~2005년 핵협상 대표인 로하니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과 적대적 구도를 만든 전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와 달리, ‘생산적인 관계’를 맺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서방이) 이란과 교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이지, 제재가 아니다. 적대감을 없애고 동등한 조건에서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유엔대사를 지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를 외무장관에 임명하는 등 내각 후보 명단을 일부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로하니 취임 이전부터 대이란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냈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31일 이란의 석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는 “백악관도 기본적으론 이란의 경제제재에 동의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로하니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란 전문가인 하미드 다바시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3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탱고는 두 사람이 추는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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