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G20서 치열한 공방 예고
미·이 훈련에 ‘시리아 공습설’ 제기도
미·이 훈련에 ‘시리아 공습설’ 제기도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시리아 내전의 막후 핵심 플레이어인 러시아와 관계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무력개입을 대신할 외교적 출구가 점점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오는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러시아와 서방국가들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MGIMO)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이 내놓은 증거는 구체적이지 않으며 장소와 이름이 특정돼 있지 않고 전문가에 의해 검증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2일 라브로프의 발언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거듭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정보당국의 무차별적 감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러시아가 임시망명을 허용한 문제로 최근 미-러 관계가 급랭한 데 이어 시리아 문제로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모스크바에 들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회의에만 참석하기로 해 러시아를 자극했다. 오바마는 이번 러시아 방문 기간에 성소수자(LGBT) 및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만나기로 해 다시 한번 푸틴의 심기를 긁었다. 푸틴은 지난 7월 동성애 옹호 발언까지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한테서 인권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일 러시아 국방부가 지중해 중심부에서 동부 해안 쪽으로 탄도미사일 2기가 발사된 것을 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감지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보도가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에서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한때 ‘시리아 공습설’이 제기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시리아는 지중해와 영토가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방부가 뒤늦게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으로 미사일 발사와 궤도 추적 시험을 시행했다고 밝혀 시리아 공습 개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훈련이 예민한 장소와 시점에서 시행돼 미-러 관계와 중동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