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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성서’ 태우는 목사님

등록 2013-09-12 17:22수정 2013-09-12 17:47

경찰, 이슬람 성서 ‘코란’ 태우는 테리 존스 목사 체포

프로 레슬링 선수 헐크 호건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ㄱ’자로 아래로 꺾인 수염이다. 비슷한 수염을 기른 목사님이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 사신다. 지난 2010년 이후 해마다 이맘 때면, 세계 언론이 그분에 주목한다. ‘비둘기세계선교봉사센터’ 대표 테리 존스(61) 목사님,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하셨다.

<에이피>(AP) 통신은 11일 존스 목사가 불법 유류 운반 등의 혐의로 플로리다주 포크카운티 경찰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고 전했다. 대체, 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

9.11 동시테러 13주년을 맞은 이날 존스 목사는 동료인 마빈 샙(44) 부목사와 함께 특별한 추모행사를 기획했다. 두 사람은 픽업 트럭에 대형 바베큐 그릴을 메달고, 올랜도와 탬파 중간 쯤에 있는 멀베리 지역의 한 공원으로 향했다. 그릴 안에는 등유에 푹 담근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슬람 성서 코란이다.

이날 존스 목사가 준비한 코란은 모두 2998권이란다. 그는 경찰에서 “9.11 동시테러 희생자 1명마다 코란 1권씩”이라고 말했다. 헌데, 어째 좀 어설프다. 숫자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9.11 동시테러 진상조사위원회’가 집계한 희생자 공식 통계자료를 보면, 사건 당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모두 2606명이다.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에 있다가 참변을 당한 이들은 125명이다. 여기에 ‘대량살상무기’로 둔갑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도 246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존스 목사의 ‘추모대상’일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이지만, 사건 당시 테러범 19명도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는 모두 2996명이다. 코란 2권이 남는다는 얘기다.

지난 2010년 존스 목사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것도 ‘코란 소각사건’이었다. 안팎의 비난에 밀려 비록 당시엔 실행에 옮기지 못했지만, 결국은 해내셨다. 그는 2011년 3월 지지자들과 함께 코란을 모의법정에 세우고, ‘반인도적 범죄’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뒤 1권을 불태웠다.

이듬해인 2012년 4월28일엔 이란계 미국인 목사 사예드 아베디니가 이란 당국에 구금된 것에 항의해 또 1권을 불살랐다. 당시 그는 ‘허락없이 서적을 소각한 혐의’로 게인스빌 소방당국에 271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이분, “이슬람이 폭력을 조장하고 있으며, 무슬림들은 미국에서도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원한다”고 믿으신단다. 남기신 저서로는 <사악한 이슬람> 등이 있다.

‘무슬림의 무지’란 영화, 기억들 하시는지 모르겠다. 유튜브 등을 타고 전세계적으로 제법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영상은 조악하고 줄거리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그 영화말이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지난 2012년 9월 북아프리카에서 중동까지 이슬람권 전역을 분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존스 목사, 그냥 지나치실 분이 아니다. 자신은 ‘홍보담당’이라고만 말씀하셨다는데, 이집트 법원은 2012년 11월 궐석재판을 열어 콥트 기독교도 7명과 함께 존스 목사에게도 이 영화 제작·배포를 주도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존스 목사가 불태운 건 코란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형을, 올 1월엔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형도 각각 불태우셨단다. 왜? 이분, 지난해 대선에 독자후보로 출마 선언까지 하셨었다.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애쓰는 미국 인권단체 ‘남부지역 빈곤법 센터’(SPLC)는 지난 2011년 일찌감치 존스 목사를 미국에서 반이슬람 운동을 이끄는 10인방 가운데 1명으로 꼽았다. 예삿 분은 아닌 게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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