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인터뷰 “미 협박 중단때 포기”
“곧 금지협약 서류 유엔 이송”도 밝혀
미-러 외교, 제네바서 폐기 담판 돌입
“곧 금지협약 서류 유엔 이송”도 밝혀
미-러 외교, 제네바서 폐기 담판 돌입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12일 미국이 협박을 중단할 때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리아는 왈리드 무알렘 외무장관을 통해 러시아 중재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아사드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직접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인 <러시아 24>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이 지역에서의 안정을 바라며, 시리아를 공격하겠다는 협박과 테러리스트에게 무기를 전달하는 것을 중단할 때, 우리는 비로소 (화학무기 포기와 관련한) 절차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편으론 국제사회의 압력에 순응하겠다는 신호도 보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짚었다. 아사드 대통령은 며칠 안으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서명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서류들을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시리아의 화학무기 수거·폐기를 위한 실무회담에 착수했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두 장관은 각각 화학무기 전문가까지 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담판’이다. 러시아는 4단계로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절차를 담은 계획안을 이미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을 앞두고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아랍연맹 시리아 특사도 제네바에 도착했다. 지난해 8월 임명된 브라히미 특사는 시리아 내전의 교전 당사자가 참여하고 국제사회가 보장하는 평화협상을 추진해 왔다. 내전이 불을 뿜는 상황에선 화학무기 폐기 작업이 본격화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평화협상이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타임스>에 기고문을 실어 “군사개입은 무고한 희생만 키우고, 시리아 내전을 (중동) 지역 차원으로 확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안보리 결의를 만장일치제로 한 것은 섣부른 군사개입을 막으려고 고안한 것”이라며 “(미국처럼) 영향력이 큰 나라가 안보리 결의도 없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유엔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8월21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진 직후부터 시리아 반군 쪽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인터넷판에서 “오랜 지연 끝에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2주 동안 반군 쪽에 경화기와 탄약 등 무기류를 공급했다”고 보도했다.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