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닥에 떨어진 총선 포스터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을 9일 앞둔 지난 21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외곽의 한 시아파 사원 부근에서 차량 폭탄공격이 벌어져 50여명의 사상자가 난 뒤, 이라크 경찰과 미군들이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림은 총선에서 압승이 예상되는 시아파계 ‘통일이라크연맹’에 참여하고 있는 이슬람다와당의 선거운동 포스터. 바그다드/AP 연합
[총선 갈등고조] 갈림길 선 이라크
1. 내전으로 가는 지름길?
2. 끈질긴 선거 연기론
3. 미국은 명예롭게 물러날까 이라크 전체 인구의 약 20%가량에 이르는 수니파 주민들의 참여 없이 치러질 이번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이 자칫 내전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라크에서 전쟁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 이라크에선 ‘최첨단 미디어 선거전’이 한창이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한 광고와 홍보용 벽보를 빼놓고는 유혈폭력에 떠는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는 탓이다. 선거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저항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 전원이 사임한 서부 안바르주를 포함해 곳곳에서 선거관리 요원들의 집단 사퇴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민 대부분 총선 있다는 사실 몰라
투표율 낮을땐 저항세력 입지만 강화 토머스 메츠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사령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전역 18개주 가운데 4개주에선 치안불안이 극심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와 티크리트(살라이딘주)·팔루자(안바르주)·모술(니나와주) 등을 지칭한 것으로, 이들 지역에만 이라크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고 있다.
투표일이 코앞에 닥쳤지만 유권자들은 누가 출마했고, 그들이 내건 정책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알아람〉은 최신호에서 “이라크 현지 일간 〈알마다〉가 (바그다드 외곽 시아파 빈민 집단거주지인) 사드르시티에서 벌인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 300명 거의 대부분이 오는 30일 선거가 실시된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전하고 있다. 총선 연기론이 막판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이유다.
선출될 제헌의회가 새 정부를 구성하더라도 이라크에서 유혈사태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미국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도 지난 9일 〈워싱턴타임스〉를 통해 “이 상태로 선거가 치러지면 수니파 저항세력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고, 그에 대한 지지세력도 늘면서 고통받는 것은 수니파만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미성향의 수니파 지도자들의 말대로 선거를 연기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임시정부는 선거에 즈음해 국경을 폐쇄하고 선거 당일 투표소 부근엔 차량 접근을 금지해 자살공격 위험을 낮추는 등 나름의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투표소의 구체적 위치도 안전을 이유로 선거 막판까지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라크에서 알카에다계 저항세력을 이끌고 있다고 미국이 지목한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는 23일 미국식 민주주의와 다가오는 선거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앞서 〈시엔엔방송〉은 지난 20일 이라크 경찰 고위관계자의 말을 따 “붙잡힌 저항세력 조직원에게서 선거 당일 수백건의 공격을 벌일 계획이며, 이를 위해 약 150대의 차량 폭탄과 250명의 자살 공격자를 준비 중이라는 진술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스키 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이라크 전역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저항세력들은 지금 미국과 이라크 임시정부에 묻고 있는 듯하다. 이래도 선거를 예정대로 강행할테냐고.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1. 내전으로 가는 지름길?
2. 끈질긴 선거 연기론
3. 미국은 명예롭게 물러날까 이라크 전체 인구의 약 20%가량에 이르는 수니파 주민들의 참여 없이 치러질 이번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이 자칫 내전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라크에서 전쟁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 이라크에선 ‘최첨단 미디어 선거전’이 한창이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한 광고와 홍보용 벽보를 빼놓고는 유혈폭력에 떠는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는 탓이다. 선거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저항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 전원이 사임한 서부 안바르주를 포함해 곳곳에서 선거관리 요원들의 집단 사퇴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민 대부분 총선 있다는 사실 몰라
투표율 낮을땐 저항세력 입지만 강화 토머스 메츠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사령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전역 18개주 가운데 4개주에선 치안불안이 극심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와 티크리트(살라이딘주)·팔루자(안바르주)·모술(니나와주) 등을 지칭한 것으로, 이들 지역에만 이라크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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