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라크 중수로 추가제기
더 높은 조건 요구하며 ‘어깃장’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도 불사
러시아, 협상 조건 추가에 반대
이란 “우라늄 농축 정당한 권리”
더 높은 조건 요구하며 ‘어깃장’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도 불사
러시아, 협상 조건 추가에 반대
이란 “우라늄 농축 정당한 권리”
* 매파 : 프랑스·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지난 7~10일 성과없이 끝난 이란 핵협상이 20~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된다.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독일)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개혁적 외교정책을 표방해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하려고 미국을 방문한 로하니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와 미국의 성의있는 화답에 힘입어, 지난 만남에선 처음부터 낙관적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이란과의 화해에 반대하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가 더욱 강경해졌고, 협상 당사국인 프랑스는 핵협상 타결에 필요한 4대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프랑스는 이 4대 조건에 이전 협상에선 논의되지 않던 아라크 중수로 문제를 집어넣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란이 건설중인 아라크 중수로는 핵 전문가들이 ‘플루토늄 폭탄 공장’이라 의심하는 경계 대상이지만, 실제로 핵연료로 사용될 만큼의 플루토늄이 생산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짚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14일 분기 보고서에서 이란이 로하니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우라늄 농축시설 확충을 중단했으며, 특히 아라크 중수로에 ‘주요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는 최종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최대 6개월 동안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그 대가로 경제제재를 일부 완화하자는 잠정 협상안에 줄곧 반대해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도 “이란의 핵개발은 이스라엘과 이 지역 일대에 위협이 되고 있어 핵무기를 일체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날을 세우고 있는 이스라엘은 프랑스의 지원에 천군만마를 얻은 표정이다.
중동의 맹주를 표방하는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고립에서 벗어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영국의 한 일간지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사우디는 자국 영공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외교관계도 맺지 않은 적대국인데도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그만큼 두 나라의 이란 견제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란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더욱 강경한 대이란 제재를 요구하는 친 이스라엘 의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 오바마는 19일 여야 상원 지도부를 직접 만나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유보하도록 설득했다.
협상 당사국 중 러시아는 협상에서 조건이 추가된 것에 반대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6일 “핵협상에서 주요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고,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지도 않을 인위적인 조건을 추가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의 강경한 태도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이란도 긴장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차관은 현지 <이르나>(IRNA) 통신과 인터뷰에서 “20일 재개되는 협상은 매우 험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은 18일 사정거리가 2000㎞에 이르는 지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을 개발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란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한테서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받는 것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나>(ISNA)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라늄 농축 문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근거한 정당한 국가의 권리로,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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