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중국 국유기업 1·2위 차지
셰브런텍사코·엑손·비피 상위권
“책임있는 이들, 해결 의무도 져야”
셰브런텍사코·엑손·비피 상위권
“책임있는 이들, 해결 의무도 져야”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90개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내뿜은 온실가스가 세계 배출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가디언>이 20일 보도했다.
미국 기후책임연구소(CAI)의 리처드 히드 연구원이 1751년부터 2010년까지의 이산화탄소·메탄 등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해보니, 셰브론 텍사코·엑손·비피(BP) 같은 민간기업과 옛 소련·중국 등의 국유기업 90곳이 전체 온실가스의 63%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90개 기업 가운데 50곳이 석유·가스·석탄 관련 민간기업이고, 이 가운데 20개 거대기업이 전체 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했다. 국유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러시아의 가즈프롬,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등 31곳이었고, 중국과 옛 소련, 북한과 폴란드 등의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이 9곳이었다. 민간기업 가운데선 미국의 쉐브론 텍사코가 전체 온실가스의 3.5%를 생산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엑손이 3.2%, 비피가 2.5%로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 기업은 8.9%를 배출한 옛 소련의 석유·석탄 국유회사였다. 또 중국의 석유·석탄 국유회사가 8.6%로 2위를 차지했다. 히드 연구원은 “세계엔 수천개의 석유·가스·석탄 생산업체들이 있지만, 정책결정자·경영 최고책임자 등으로 범위를 좁히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책임자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한두대에 모두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소규모”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누가 얼마나 기후변화의 책임을 지느냐를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가디언>이 지적했다. 특히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 연구를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진전”이라며 “역사적으로 대기오염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단지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과학사 교수인 나오미 오레스키스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일부 에너지 기업들은 기후변화가 온실가스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단체에 자금을 많이 지원해왔다”며 “이들이 온난화 대책 시행을 어떻게 지연시켜 왔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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