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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떠날 수 없는 수천개 눈동자가 꽂혔다, 눈을 질끈 감았다

등록 2013-11-22 20:44수정 2013-11-23 17:56

[토요판] 커버스토리 / 필리핀 타클로반의 4일
▶ 태풍 하이옌은 평화로웠던 필리핀의 작은 도시, 타클로반을 ‘문명의 멸망’이 도래한 듯 파괴해버렸다. 필리핀 정부는 태풍으로 타격을 입은 주민이 980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어린이가 490만명이라고 말한다. 또 영양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5살 이하의 아이도 150만명이나 된다. 지난 12~15일 정세라·김정효 기자가 나흘 동안함께한 이들의 생존 투쟁과 취재 뒷얘기를 소개한다.

지난 15일 새벽(현지시각)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 타클로반 공항. 동틀 무렵의 차디찬 냉기에 잠이 깼다. 전날 타고 나가려 했던 한국 군용기가 공항 사정으로 회항을 해서 하룻밤을 노숙한 터였다. 필리핀 보건부가 쓰던 임시 천막에 얇은 돗자리를 깔고 잠을 청했지만, 비에 젖은 축축한 옷 때문에 뼈가 시렸다. 비몽사몽간에 필리핀 아이들의 지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나도 못 견디겠는데….” 탄식이 절로 나왔다. 간밤 비바람에도 일부는 노상에서 밤을 지새운 모양이다. 군 수송기를 얻어 타려고 수천명이 며칠씩 대기중이니 간신히 앞 순번까지 도달한 이들은 섰던 줄을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타클로반은 태풍 하이옌이 지나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썩어가는 주검 냄새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똥오줌 악취가 뒤엉켜 속을 뒤집었다. 타클로반 공항 역시 관제탑, 여객터미널 등이 모조리 무너진 폐허였다. 화장실 같은 ‘최첨단 문명’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곳곳에 똥물이 흘러넘쳤다. 임산부, 노인, 어린애 할 것 없이 ‘악취의 바다’를 첨벙거리며 쪽잠을 자고 퀭한 눈으로 줄을 지키고 서 있었다. 이 와중에 배부른 만삭 임신부가 어떻게 견디는지, 여성들은 생리가 터지면 어떻게 하는지, 못 먹어 젖이 마른 엄마는 배고파 우는 애를 어찌 하는지….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군용기 탈출은 노약자 우선이라지만, 필리핀은 집집마다 어린애들이 예닐곱씩 되니 딱히 누구를 우선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내가 타클로반에 들어온 지는 나흘째였다.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를 강타한 것은 지난 8일이었지만 10일께가 되어서야 참혹한 사정이 외신 등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11일에 현지 취재진 파견을 결정했고, 사진부 김정효 기자와 함께 그날로 짐을 꾸려 필리핀에 입국했다. 다음날 발 디딘 타클로반은 내 생애 처음 보는 지옥도를 펼쳐놓고 있었다.

23년 전 6070만명이던 인구, 1억500만명 돌파

참혹한 재해 현장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아이들이다. 도시 곳곳에는 물에 불은 상처투성이 주검들이 널려 있다. 자그마한 아이들의 주검 역시 애타게 찾을 엄마 품에 돌아가지 못한 채 무너진 건물의 쓰레기 더미 아래서, 검고 흰 주검 가방 속에서 서서히 형체를 잃고 무너져가고 있었다. 필리핀 방송 <에이비에스-시비엔>(ABS-CBN)은 19일 집단 매장지에 실려온 1000개의 주검 가방 사이에서 6살배기 아들을 찾아낸 필리핀 엄마의 통곡을 전했다. 간호사 출신인 메리 두쿠신(37)은 태풍 당시 집을 집어삼키는 홍수를 피해 아들과 남편, 시어머니와 함께 지붕 위로 올라갔지만 거센 바람에 떠밀려 흙탕물에 휩쓸렸다. 그는 이층집으로 떠내려가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남편은 숨졌다. 어린 아들과 시어머니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그는 ‘코코’라고 부르는 봉제인형을 꼭 껴안고 다니던 아들이 혹여 살아 있을까 도시의 폐허를 열흘 이상 헤집고 다녔다. 엄마의 소중한 아가는 결국 무덤 구덩이 옆에 끝없이 늘어선 하얀 주검 가방 속에서 외로이 웅크린 모습으로 발견됐다.

타클로반에선 어린아이를 잃고 눈물마저 말라버린 엄마들이 살아남은 자녀라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곳곳에서 마주쳐야 했다. 필리핀은 1990년에 6070만명이었던 인구가 현재 1억50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출산율이 높은 나라다. 이러다 보니 빈곤한 농어촌에선 자녀가 대여섯명, 예닐곱명인 경우도 예사다. 부모들은 태풍 당시 흙탕물 소용돌이 속에서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붙들었지만, 거센 물살로부터 한둘도 아닌 자녀 모두를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공항에서 만난 리카 소목(30)은 다섯 아이의 엄마지만 세 딸을 잃었다고 했다. 소목은 “남편은 마닐라에서 돈을 벌고 고향에서 나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가 일을 당했다”며 “물이 밀어닥쳤을 때 제일 어린 두 아이를 껴안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구할 새도 없이 쓸려가 버렸다”고 말했다. 남은 아이를 지켜야 하는 젊은 엄마는 이제 울지도 못한다. 필리핀 정부의 인명 피해 보고서엔 이처럼 물에 휩쓸려 익사한 서너살짜리 어린아이들의 사망 기록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살아남아도 연약한 존재들이 폐허의 삶을 버티기는 쉽지 않다. 공항 필리핀 보건부 천막 사무실에는 눈도 못 뜬 1.5㎏ 신생아가 헝가리 의료진의 품에 안겨서 상담 창구를 찾았다. 태풍 충격으로 엿새 전에 조산한 엄마한테 태어난 아기가 아프다고 했다. 현지에선 태풍으로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은 임신부들이 조산아를 출산하면서 문제화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조만간 오염된 환경으로 수인성 전염병이 도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끓이지 않은 찬물에 분유를 타서 7개월짜리 막내딸에게 젖병을 물린 제이 가닌(34)은 외국인으로 보이는 기자한테 다가와 군용기를 먼저 탈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그는 여섯명의 어린아이들을 올망졸망 달고 사흘째 공항 노숙 생활을 했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려던 나는 간절한 그의 눈빛에 하릴없이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키노·마르코스 집안 정치인들의 무능

“도대체 여기 정부는 뭐 하는 거야?” 타클로반에 머물렀던 나흘 내내 분노에 찬 탄식이 흘러나왔다. 필리핀은 유력 정치가문 10곳이 국내 정치와 경제를 주무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나라다. 현재 대통령은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 베니그노 아키노 3세이고, 타클로반 시장은 이멜다 마르코스의 조카인 알프레드 로무알데스다. 정치적 앙숙인 두 집안은 각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장으로 폐허가 된 타클로반 구호에 당장 팔을 걷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들은 책임과 구호 권한을 둘러싼 설전엔 열을 올리면서, 재해 대처에는 지나치게 느리고 무능했다. 예컨대 아키노 대통령은 태풍이 타클로반을 찢어발긴 지 사흘 만에야 현장을 방문했다. 국가 재난사태 선포도 약탈이 전방위로 번진 나흘째 날에야 이뤄졌다. 그는 지방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사망자를 1만명 이상으로 추정하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사망자는 많아야 2500명”이라고 코웃음 쳤다. 주검 수습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22일에 발표된 필리핀 정부의 사망 통계만도 5209명에 이르렀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처럼 안일했으니 피해 지역의 아비규환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타클로반은 태풍 하이옌이
지나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썩어가는 주검 냄새에
산 자들의 똥오줌 악취가
뒤엉켜 속을 뒤집었다

참혹한 기억을 안고서도
여기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가난하고 연고 없는 사람들
구호와 관심이 빠져나가면
하이옌 못지않은 2차 재앙이…

게다가 필리핀 정부는 구조와 취재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치안 정보조차 투명하게 내놓지 않았다. 나는 타클로반에 들어온 지 이틀째이던 13일 차량을 타고 타클로반 시내로 들어서려다가 두 발의 총성을 들었다. 공포로 울부짖으며 도망치는 현지인들 틈에서 어렵게 차를 돌려 위험 지역을 빠져나오니, 현지인들은 “태풍으로 무너진 타클로반 감옥에서 탈옥한 죄수들이 무장하고 약탈을 벌인다”고 했다. 목격자들이 우리 차량 800m쯤 앞에서 총격전이 있었다고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당시 필리핀 군경은 이런 상황을 감추기에 바빴다. 이들은 “탈옥은 아예 없었다” “탈옥 죄수는 2명뿐이다” “총격전은 절대 없었다”고 제각각 엇갈리는 답변들을 내놨다. <로이터> 통신은 19일 타클로반 교도소장의 말을 빌려 “탈옥 죄수 상당수가 자수하거나 붙잡혔는데도 애초 676명의 수감자 가운데 103명이 탈옥 상태”라고 확인했다. 필리핀 정부가 외신에 이런 사실을 숨긴 것은 지금 생각해도 세계 구조 인력들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대응이다.

제일 화가 난 것은 차량과 기름이 없다는 이유로 쌓여 있는 구호물자가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시청 게시판엔 3㎏의 쌀과 생수를 가정마다 배급한다는 원칙이 적혀 있었는데, 배급이 없어서 며칠째 굶었다는 이들을 타클로반에서 머무는 내내 마주쳐야 했다. 주인을 잃은 시내 주유소 일부에선 기름을 서로 퍼내느라 동네 주민들이 장사진을 쳤고, 멀쩡해 뵈는 트럭들이 연료가 없어서인지 방치된 모습이 흔히 눈에 띄었다. 며칠 전 떠나온 비행기 20~30분 거리의 세부섬의 세부시만 해도 휴양지답게 서구적 쇼핑몰에 차량, 풍요로운 물자가 넘치는 곳이었다. 이토록 큰 재해 상황에 같은 나라 안에서 자원의 긴급 배분과 효율적 집행이 정부 주도로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게 답답했다. 필리핀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외국 정부들에 “트럭과 중장비가 부족하다”며 “차량과 중장비를 지원해줄 땐 운영 인력도 꼭 함께 보내달라”고 요청할 따름이었다.

5인승 차량에 11명 탄 채 다섯시간 이동

국제적 재난 취재 경험이 없다 보니 어리숙한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타클로반에 전기·통신·식량·물 등이 부족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초콜릿과 사탕, 생수 몇 병을 비상용으로 챙겨 배낭에 밀어넣고 나니 우리 정부 주선으로 겨우 타게 된 미군 수송기의 보안 검색이 걱정이었다. 9·11 테러 이후 비행기를 탈 때 100㎖ 이상의 액체류 소지가 금지인 건 ‘글로벌 상식’ 아닌가. 미군 수송기이니 더더욱 물병을 버려야 하지 않냐는, 나를 비롯한 모범생(?) 기자들의 소심한 걱정이 이어졌다. “물은 수화물로 부치나? 어쩌나?” 하지만 막상 필리핀 공군 비행장에 내린 화물 수송기 ‘C-130 허큘리스’의 내부를 보고 나니 지레 걱정이 우스울 지경이었다. 여튼 화물칸이고 좌석칸이고 따로 없는 빈 깡통 같은 수송기 내부에 올라탔다. 몇몇은 미군들이 내준 임시 의자에 걸터앉고 몇몇은 쌓아놓은 짐들 사이에 주저앉았다. 곁눈질하니 옆자리 미군은 휴대전화로 게임 삼매경이다.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처음 타클로반 공항에 내리니 폭격 맞은 듯한 공항 풍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불안하고 어수선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현지인 가이드가 오후 4시가 가까워지니 숙소로 떠나야 한다고 난리였다. 현지는 오후 5시30분이면 해가 지고 저녁 8시면 통행금지라서 위반시 군경이 발포를 해도 도리가 없다고 을러댔다. 숙소는 타클로반이 자리한 레이테섬과 연륙교로 연결된 사마르섬의 캇발로간이란 도시였다. 평상시라면 차량으로 한시간 반가량 걸리는 거리라는데, 도로 사정을 알기 어려우니 일단 서둘러 출발하자는 재촉이었다.

우리 일행은 취재진과 주마닐라 한국대사관 직원 등 25명이었는데, 급하게 구한 차량은 5인승과 7인승 스포츠실용차(SUV) 두대가 전부였다. 차량과 기름은 현지에서 귀한 자원이었다. 결국 내가 탄 5인승 차량에는 11명이 탔고 운전사 옆자리에 동료 기자 셋이 함께 앉아 가게 됐다. 못할 짓이었다. 둘은 나란히 앉고 나머지 한명은 무릎에 올라앉아야 했다. 내 엉덩이에 깔린 불쌍한 두 동료의 허벅지 근육이 쫀쫀하게 긴장했다가 쥐가 나서 부르르 떠는 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그날 거의 5시간을 그렇게 이동해야 했다. 그나마 처음엔 남의 허벅지 사정을 살피느라 안 되는 공중부양 자세라도 해보려고 끙끙댔다. 이동 시간이 예상 밖으로 길어지고 기사 마감이 닥치자 스마트폰 ‘카카오톡’으로 기사를 써 보내는 데 혼을 빼기 시작했다. 당연히 동료의 허벅지 사정은 뇌리 바깥으로 영영 멀어져 갔다.

치안이 위험한 곳에서 취재로 간간이 흩어져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 있다 보니 스마트폰은 목숨줄이었다. 게다가 데이터 통신 문제로 노트북은 애물단지가 된 상황에서 스마트폰 카톡은 거의 유일한 기사 송고 수단이었다. 내 스마트폰은 막판에 장렬한 전사를 하고 말았다. 태풍 때문에 곳곳이 물웅덩이였는데, 스마트폰이 물에 빠져버린 것이다. 현지 한인 구호단체에는 워낙 목회자들이 많다 보니 신자인 기자에게는(심지어 사진기자 카메라에) 안수 기도를 해주는 세심한 분들이 계셨다. 아아, 내 스마트폰도 안수 기도를 받았으면 좋았을걸…. 물에 젖은 스마트폰을 털면서 뒤늦은 한탄을 할 따름이었다.

“외부 연고가 있다면 도시를 빠져나가라”

타클로반 체류중 자주 방문했던 시청은 피해대책본부로 구조인력, 외신기자, 피해 주민들로 넘쳐났다. 현지 주민들은 외국인 기자에게 다가와 막연한 도움을 청하는 일이 잦았다. 타클로반 사흘째 날에 마주친 중국계 양씨 가족은 나를 보더니 대뜸 “중국인이냐”고 물었다. 양씨 가족은 영어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서툰 영어로 “식량이 떨어진 이후 사흘을 굶다가 중국 사람을 찾으러 시청에 왔다”고 설명했다. “사흘간 굶었다”는 말이 몇 차례 되풀이됐다. 얼결에 먹다 남은 빵과 비상용으로 갖고 있던 초콜릿, 사탕, 마지막 생수 한병을 몽땅 털어주고 말았다.

사실 나도 당분이 떨어지면 덥고 습한 날씨에 금방 멍해지긴 했다. 숙소가 있는 캇발로간이란 도시도 정전 때문에 식당은 저녁에만 문을 열었고, 취재 기간에 식사는 거기서 먹는 하루 한끼가 전부였다. 사실 타클로반 시내에 들어오면 주검 악취가 진동을 해서 끼니를 챙기고 싶다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갈증이 나도 화장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웬만하면 물도 안 마셨다. 나는 어쨌든 이곳을 곧 떠날 사람이었다. 결국 힘들었다 해도 생존을 위해 필사적일 이유는 없었다. 좀 아쉽긴 했지만 고생이란 게 어찌 보면 ‘해병대 체험’스러운 것이어서 비상식량을 덜렁 내줄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폐허의 도시에 영영 억류돼 떠날 길이 없는 이들한테 절박하지 않은 것은 없다. 타클로반 시장이 “외부 연고가 있다면 일단 도시를 빠져나가라”는 권고까지 한 상황이지만, 공항에 몰려들어 탈출을 시도하고 나선 이들은 적어도 바깥세상에서 버틸 자산이 있거나 등을 기댈 언덕이 있는 사람들이다. 태풍에 휘말린 함석지붕이 칼날처럼 내 가족의 살갗을 찢어발긴 참혹한 기억을 안고서도 이곳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빈곤하고 연고 없는 사람들이 숱하다. 이들은 주검이 뒹구는 바로 옆에서 돼지의 고깃덩이를 잘라 팔고, 쇼핑센터에서 훔친 식료품을 들고나와 좌판을 열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그나마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땐 어디 호소해볼 구석이라도 있을지 모르지만, 생존 투쟁이 오래도록 이어질 이 도시에서 구호와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2차 재앙은 하이옌 못지않은 상처를 남길지도 모른다.

15일 오후 3시15분 나와 김정효 기자 등 우리 일행은 한국 공군 수송기에 올랐다. 잠시 활주로에서 탑승 대기를 하는데 공항에 묶인 수천개의 까만 눈동자가 화살처럼 등에 꽂혔다. 탑승구가 닫히고 눈을 질끈 감자, 타클로반이 문득 멀어졌다. 타클로반/글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지만 그 ‘현실’을 완전히 담을 수 없는 제한된 매체다.
습하고 뜨거운 공기도, 그 공기 속에 담겨 코를 찌르던 악취도, 고막을 찢을 듯한 항공기 엔진 소음 속에서 칭얼대던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사진은 담을 수 없다.
비록 이들의 고통을 온전히 전할 수는 없지만 여기 놓인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효 기자

※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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