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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케냐정부 발표 쇼핑몰테러 진상은 거짓이라고?

등록 2013-12-11 18:29수정 2013-12-11 21:53

뉴욕경찰, 현장 분석 보고서 내놔
“소총 경무장한 테러범 4명이 범행
무차별 살상뒤 12시간만에 사라져
군의 오인 총격으로 경찰 사망도”
‘15명 소행…나흘만에 사살’ 의문 제기
지난 9월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한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 사건과 관련한 케냐 당국의 발표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케냐 당국은 사건 발생 나흘 뒤 ‘상황 종료’를 선언했는데, 정작 테러범들은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11일 <엔비시>(NBC) 방송 등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 사건 발생 직후 미국 최대 규모인 뉴욕경찰청(NYPD)이 합동테러대책반 소속 경관 2명으로 현장으로 급파했다. 미국 대도시에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란 판단에 따라, 일종의 ‘사례연구’를 위해서다. 뉴욕경찰 쪽은 이미 지난달 중순 브루클린 등지의 대형 쇼핑몰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한 모의 진압훈련까지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케냐 당국은 소말리아 테러단체 알샤바브 소속 테러범 15명가량이 쇼핑몰에서 인질극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화이트 위도’(백인 과부)로 불리는 영국 여성 서맨사 루스웨이트(30)도 포함됐다는 게 케냐 쪽의 설명이었다. 당시 케냐 내무부는 이들이 폭발물 등으로 중무장했으며, 인질을 붙잡고 끝까지 저항하다가 나흘 만에 결국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한국여성 1명을 포함해 적어도 67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하지만 뉴욕경찰 쪽이 현장 상황을 분석해 10일 내놓은 보고서의 결론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레이 켈리 뉴욕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맨해튼의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웨스트게이트 사건을 벌인 테러범이 4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이들은 반자동 소총 정도로 경무장한 상태였고, 애초부터 인질극이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되도록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뉴욕경찰이 재구성한 당시 상황을 보면, 테러범들은 9월21일 낮 12시15분께 쇼핑몰에 들어섰다. 2명이 정문으로 진입해 비무장 경비원 등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비슷한 시각 다른 2명이 뒷문을 통해 옥상 주차장으로 올라가, 어린이 요리 경연대회 참석자들한테 무차별 총질을 했다. 뉴욕경찰 쪽은 “민간인 희생자 60여명 가운데 20여명이 사건 발생 15분 만에 옥상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후 테러범들은 2인1조로 나뉘어 무차별 유혈극을 벌였으며, 휴대전화로 서로 교신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케냐 경찰특공대은 당일 오후 1시45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사건 발생 뒤 90분가량이 지나서다. 이들은 오후 3시께 현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뒤늦게 도착한 케냐군이 이들을 테러범으로 오인해 총격을 퍼부었다. 뉴욕경찰은 보고서에서 “이로 인해 경찰 특공대장 등 2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케냐 군·경은 쇼밍몰 내부구조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폐쇄회로 화면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6시간이 채 안 돼 테러범 4명이 건물 1층 운송장 부근 창고로 모여든 장면이 폐쇄회로 카메라에 잡혔다. 1명은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였다. 이들은 부상자를 치료하는 한편 기도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밤 12시15분께 폐쇄회로 카메라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자취를 감췄다. 뉴욕경찰 쪽은 이들이 이 시점에 현장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지만, 케냐 당국은 사건 발생 나흘 뒤 건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테러범들이 모두 죽었다고 발표했다.

<엔비시>는 뉴욕 경찰 당국자의 말을 따 “케냐 군·경이 테러범을 사살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지만, 이들이 이른바 ‘인질극’이 벌어지는 사이 쇼핑몰 구석구석을 약탈했다는 물증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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