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리앗캐스킷
‘알자지라’, “미국 비만률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
보통 관보다 너비가 최대 2배…수요 늘면서 디자인도 다양해져
보통 관보다 너비가 최대 2배…수요 늘면서 디자인도 다양해져
[지구촌 화제]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기필코 살 빼겠다’는 신년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제법 많을 터다. 지구촌 전역에서, 1월은 헬스클럽 신규 회원이 가장 많은 달이라지 않은가. <알자지라>가 12월31일 인터넷판에서 전한 “비만률이 높아지면서 미국에서 새로운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보도에 새삼 눈길이 가는 이유다.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주의 북동쪽 끝자락, 인구 1천 명 남짓한 소도시 린에 가면 ‘골리앗 캐스킷’이란 업체가 있다. 지난 1985년 포레스트 데이비스란 용접공이 창업한 이 업체는 그의 아들 키이스(65)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하트랜드’와 ‘홈스티드’ 등 크게 두가지 종류로, 색깔과 재질에 따라 금·은·동 3가지 종류 나뉜 이 업체의 주력 상품은 다름 아닌 ‘관’이다. 사람이 죽으면, 주검을 담아 매장할 때 쓰는 그 ‘관’ 말이다.
업체 이름만 봐도 눈치를 챌 수 있을 게다. 이 업체가 생산·판매하는 건 보통 관이 아니다. 골리앗캐스킷은, 말하자면 ‘엑스엑스라지’(XXL)쯤 되는 ‘대형 관’ 전문업체다. 애초 일반 관 제작업체에서 용접일을 하던 포레스트 데이비스는 대형 관 제작 주문이 심심찮게 들어오는 것을 보고 ‘틈새 시장’을 노리고 창업에 나섰단다. 이 업체 누리집(oversizecasket.com)을 보면, 그가 직장을 그만두며 동료들에게 했다는 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어이 친구들, 난 이제 그만 집에 가야겠어. 가서, 아주 큰 관을 만들 거야. 자네들이 모친 장례식 때 쓸 수 있을 만큼 큰 것으로 말이야.”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관은 너비가 66㎝란다. 골리앗캐스킷의 상품은 너비가 최소 84㎝에서부터 최대 132㎝에 이른다. <알자지라>는 키이스 데이비스 사장의 말을 따 “132cm짜리 관을 사용해야 하는 이들의 생전 몸무게는 318kg~363kg 정도는 된다”고 전했다.
“7년여 전부터 아예 유행을 타고 있다. 예전에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몇 개 안됐는데, 요즘엔 다양한 디자인과 크기의 대형 관이 시판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평생을 장의업계에서 일했다는 밥 애리턴(57) 미국 테네시주 잭슨시 장례업협회 회장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요즘 들어선 일반 관 제작사도 앞다퉈 관의 내부 공간을 넓히는 추세”라며 “장례식 때 관의 크기가 중요한 고려 사항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이미 업계에서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미국 성인 3명 가운데 1명, 어린이 6명 가운데 1명이 비만이다. 심장마비·암·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일 뿐 아니라, 비만 자체가 주요 사망 원인으로 떠오른지도 이미 오래다. 미국 뿐이 아니다. <알자지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 내용을 따 “한때 잘 사는 나라만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비만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일대 중·저소득 국가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비만의 세계화’다.
“뭐랄까,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고나 할까? 현재 30대 연령층 가운데는 비만 때문에 부모 세대보다 먼저 사망할 만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최근 몇 년 새 주문이 폭증하면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키이스 데이비드 사장은 <알라지라> 인터뷰에서 “주문받은 관을 배당하려고 상가를 찾을 때마다 놀란다. 망자의 평균 나이가 40살~45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보다 젊은 사람이 숨진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덩치가 너무 커지면, 심장도 신장도 언제가는 더이상 버텨내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 마련”이라며 “한 입 크게 베어물 때마다, 그만큼 무덤이 가까워 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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