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 수도 방기의 한 마을에서 기독교도로 보이는 한 남성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무슬림 남성에게 매질을 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종교 분쟁’의 비극
살해당한 가족 복수하려 생면부지의 무슬림 죽이고 다리 먹어
방송에 나와 태연히 상황 설명…현장의 군중들은 ‘영웅’ 대접
보복 이어지면서 증오만 남아…지난달에만 1천여명 목숨 잃어
살해당한 가족 복수하려 생면부지의 무슬림 죽이고 다리 먹어
방송에 나와 태연히 상황 설명…현장의 군중들은 ‘영웅’ 대접
보복 이어지면서 증오만 남아…지난달에만 1천여명 목숨 잃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 과도 정부가 13일(현지 시각) 지난해 3월 이후 계속돼 온 유혈 사태의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 방기에서 백주 대낮에 벌어진 ‘식인’ 사건은 기독교계와 이슬람계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중아공의 암울한 미래를 전망케 했다.
며칠 전 중아공 방기의 번화가에서 우안자 마글루아르라는 이름의 기독교도 남성이 미니 버스 한대를 맹렬히 추격했다. 버스 안에 무슬림으로 보이는 남성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쫓는 인파는 금방 20여명으로 늘었고, 버스 기사는 “(승객은) 무슬림이 맞다”며 버스를 세웠다. 목격자인 기슬랭 은조토는 “군중이 그를 공격했고, 때려 눕혔다. 그의 머리에 돌을 던졌는데, 심지어 사람이 죽은 이후에도 공격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상인과 손님들로 분주한 시장이 코 앞이었고, 부룬디 평화유지군이 눈 앞에 있었지만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더 끔찍한 일은 이 남성이 죽은 이후에 벌어졌다. 기독교도 청년들은 무슬림의 주검에 휘발유를 부었고 불을 붙였다. 이어 다리 한 쪽을 잘라내 내동댕이쳤는데, ‘미친개’로 불리는 마글루아르가 망자의 다리를 먹기 시작했다. 은조토는 “(미친개가) 다리를 네번 물어뜯어 삼켰다. 다리는 거의 불에 타지 않았고, 날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마글루아르는 며칠 뒤 다시 범행 현장에 나타났다. 이번엔 바게트빵 두 조각과 아프리카 야채 오크라까지 들고와 남은 살점과 함께 먹었다.
마글루아르는 태연히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복수였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의 임신부 아내와 뱃속 아기, 처제가 무슬림들에 의해 살해됐고 그 복수를 생면부지의 무슬림에게 했다는 주장이었다. 마글루아르는 “그의 눈과 머리를 찔렀다. 휘발유를 부었고, 태웠다. 그런 다음 하얀 뼈가 나올 때까지 다리를 뜯어 먹었다. 사람들이 나를 미친 개라고 부른 이유다”라고 설명하기까지 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촬영된 동영상 속에서 ‘미친 개’는 살점을 행복하게 씹고 있었고, 볼은 (입 안의 살점으로) 툭 튀어나와 있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방송은 또 인터뷰 중에 마글루아르에게서 분노나 후회 같은 어떤 종류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조는 중립적이었고 눈과 얼굴은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목격자 은조토는 ‘식인’ 행위에 대해 균형감을 잃은 ‘미친 개’의 개인 행동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누구도, 전혀 가해자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모두 무슬림들에 대해 너무 화가 나있다. 누구도 참견할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미친 개’의 일탈이 중아공 전체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운 이유다. 현장에 있던 군중들은 마글루아르의 손을 잡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들에게 ‘미친개’는 영웅이었다.
중아공 인구 500만명 중 80%는 기독교계다. 지난해 3월 이슬람계 셀레카 반군이 수도 방기를 점령하며 기독교계 정권을 축출하는 쿠데타가 일어났다. 무슬림 반군들은 기독교도들을 죽였고, 여성들을 성폭행했고, 약탈을 일삼았다. 이에 기독교계가 민병대를 조직해 보복에 나서면서 종족·종교 분쟁으로 번졌고, 지난달에만 1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글루아르의 ‘식인’에는 중아공에 이어져 내려오는 미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아공에는 죽인 적을 먹는 것을 일종의 ‘부적’으로 생각하는 풍습이 있다. 심지어 프랑스 정치 잡지 <파리 마치>는 1966~1972년 중아공을 철권통치 했던 독재자 장 베델 보카사가 적들을 요리해 국가 만찬 식탁에 올렸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보카사는 훗날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식인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비비시>는 중아공에서 만난 많은 민병대들의 ‘부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들은 자신이 살해한 적의 살점을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한 사령관은 부적을 “방탄”이라고 설명하며 웃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일부에선 국외 미디어, 특히 프랑스의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비판하기도 한다. 중아공은 200여개 이상의 종족과 언어로 구성돼 있고, 정치적 이해관계와 폭력이 얽힌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도, 이를 ‘기독교 대 이슬람’의 구도로 단순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아공 국민들조차 점점 더 이 갈등을 ‘기독교 대 이슬람’으로 오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무슬림인 미셸 조토디아 임시 대통령이 사임했을 때, 기독교도들은 오랫만에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오늘, 우리는 무슬림들을 죽일 것이다.” 중아공 과도정부 수반인 알렉상드르 페르디낭 은겡데는 13일 “72시간 안에 경찰들이 셀레카 반군과 기독교 민병대의 무장을 해제하고, 2주 뒤까지 새 대통령을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중아공에 진정한 평화는 아직 요원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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