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인권운동가 쉬즈융
3대 석유기업 임직원 20여명
공시통한 자회사 등록 5곳뿐
‘공직자 재산공개’ 운동 쉬즈융
철저한 통제 아래 공판 열려
공시통한 자회사 등록 5곳뿐
‘공직자 재산공개’ 운동 쉬즈융
철저한 통제 아래 공판 열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한국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23일 중국 석유산업을 장악한 석유방(石油幇) 고위 인사들이 국외 조세회피처에 3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공개했다. 전날 시진핑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중국 고위층의 친인척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거액의 재산을 은닉하고 탈세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SINOPEC),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3대 국유 석유기업 전·현직 임원 20명이 3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내용을 보면 푸청위 석유화학집단공사 회장은 2006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오아시스 에너지’를 세웠다. 양후아 해양석유총공사 부회장도 같은 해, 같은 곳에 ‘가랜드 인터내셔널트레이딩’을 세워 등기이사로 등록했다. 이들이 세운 30개의 페이퍼 컴퍼니 가운데 공시를 통해 자회사로 등록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탐사보도협회는 “중국 인민은행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국유기업 임직원, 공무원들이 1200억달러(128조원)를 외국으로 빼돌렸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며 “이들이 세운 페이퍼컴퍼니의 용도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석유방은 석유기업 출신 권력집단을 일컫는 말로 최근 부패 혐의로 사법 처리설이 파다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우두머리로 손꼽힌다.
이런 가운데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제도 도입 등을 요구하며 신공민운동을 벌여온 저명한 인권운동가 쉬즈융의 재판이 23일 베이징에서 열렸다. 법학자 출신인 쉬즈융은 2012년부터 신공민운동을 벌이다 지난해 7월 ‘대중 선동과 공공질서 위협’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이날 7시간의 공판 동안 묵비권을 행사하며 침묵으로 재판에 항의했다.
재판은 당국의 철저한 통제 아래 진행됐다. 정·사복 공안들이 법원 밖 수백m 떨어진 곳부터 폴리스 라인을 치고 행인들의 신분증을 검사했고, 외신 취재도 통제했다. 재판 방청은 쉬즈융의 아내와 누이 등 18명으로 제한됐다. 쉬즈융 지지자들은 펼침막을 들고 집회를 벌였지만 이내 제지당했다. 공판일도 중국인들이 고향에 돌아가느라 대이동이 벌어지는 춘제(설) 직전에 잡혔다. 인권운동가인 후자는 <명보>에 “당국이 지방에서 쉬의 지지자들이 상경하지 못하게끔 의도적으로 날을 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쉬즈융 재판은 부패 척결을 주창하는 중국 정부의 자기모순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쉬즈융의 재판이 2009년 노벨상 수상자인 류샤오보 재판 이후 최대의 반체제인사 재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판결은 3월께 나온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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