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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남성의 생명줄 유난히 짧은 이유는

등록 2014-02-01 14:22

남성 평균 수명 64살에 그쳐
캄보디아·가나와 공동148위
“4명중 1명 55살 이전에 사망
원인은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자료를 보자. 2013년 러시아인의 평균 수명은 70살로, 조사대상 193개국 가운데 124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여성의 평균 수명은 76살이나 된다. 반면 남성은 64살에 그친다. 남성 평균 수명만 따지면, 캄보디아·가나와 함께 공동 148위다. 모나코 일본 등 13개국의 남성 평균 수명은 80살이 넘고, 113개국의 남성이 70살 이상을 산다. 러시아 남성의 생명줄이 짧은 이유는 뭘까?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일 인터넷판에서 “러시아 남성의 조기 사망률이 높은 가장 큰 원인은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의학전문지 <랜싯> 최신호에 실린 논문 내용을 따 “러시아 남성 4명 가운데 1명은 55살 이전에 사망한다. 사망원인으로는 알코올성 간질환이 가장 많았고, 음주 뒤 사고를 당하거나 싸움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내용은 모스크바의 러시아국립암센터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세계보건기구에 딸린 암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사상 최대 규모 연구조사 결과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난 10년동안 러시아 3개 대도시에서 15만1천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음주행태를 추적했다. 연구기간 동안에만 조사 대상자 가운데 8천명이 숨을 거뒀단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처드 피토 옥스퍼드대 교수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집권 이후 지난 30년 동안 러시아에선 주류 소비·판매 제한 정책과 사회적 안정성의 정도가 큰 차이를 보였으며, 그에 따라 러시아인의 사망률도 큰 폭으로 변화를 보였다. 사망률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보드카 소비량 차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5년 집권한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보드카 생산량을 급격히 줄이고, 정오 이전엔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주류 소비량은 4분의 1 가량 줄었고, 전체적인 사망률 역시 비슷한 비율로 낮아졌다.

하지만 1989년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직후부터 주류 소비가 다시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사망률 역시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피토 교수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집권을 전후로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고르바초프 정권 시절에 견줘 청년층 사망률이 2배 가까이나 높아졌다”며 “보드카 판매·소비에 대한 제한까지 모두 풀리면서 정신을 잃은 정도로 폭음을 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친 음주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06년 주세를 큰 폭으로 인상하고, 판매제한 조치도 새로 도입했다. 이후 러시아에선 주류 소비가 이전과 견줘 3분의 1가량이나 줄었다. 한때 37%까지 높아졌던 55살 이전 성인 남성 사망률도 현재의 25%까지 낮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에선 최근까지 맥주는 공식적으로 술이 아니었다. 알코올 농도가 10% 미만이면, ‘음료수’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맥주가 술로 규정된 것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정권 시절이던 2011년 7월부터다. 러시아 정부는 2012년 7월 텔레비전·라디오·인터넷·대중교통에서 주류 광고를 전면 금지시켰고, 지난해 1월1일부터는 종이매체 광고도 금지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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