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홍수경보 10배 이상 증가
노동당, 여야 초당적 협력 촉구
케리 미 국무 “WMD 될 수도”
미 과학협회 “날씨 시스템 변화”
노동당, 여야 초당적 협력 촉구
케리 미 국무 “WMD 될 수도”
미 과학협회 “날씨 시스템 변화”
올겨울 혹한·폭풍·홍수 등 기상이변에 시달린 영국과 미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대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태평양 섬나라들의 해수면 상승 위기, 아프리카의 심각한 사막화, 남아시아의 극심한 홍수 피해 등 먼 나라의 ‘강 건너 불’이던 지구온난화 피해가 이제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는 위기감에서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노동당 당수는 16일 기후변화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몽유병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업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영국을 강타한 홍수 등 기상이변을 일으킨 기후변화는 이젠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기후변화가 특정 지역에서 갈등을 일으킨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젠 영국인들의 삶과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아울러 이는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전쟁 시기에 여야가 협력하는 것처럼 기후변화라는 위기 앞에서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아시아 순방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기후변화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대량살상무기(WMD)가 될 수 있다”고 연설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비유하며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례적인 홍수가 이어져 1월 강우량으로 24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년엔 심각한 수준의 홍수경보가 발령된 게 12차례뿐이었으나 올해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상 호우가 이어져 130여차례나 발령됐다. 세계적인 기후학자 니컬러스 스턴은 <가디언>에 기고문을 보내 겨울 홍수는 기후변화의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최근 영국·미국의 기상이변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는 주장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가 같은 당 의원들에게조차 비판을 받았다.
미국 고등과학협회(AAAS)의 연례포럼에선 북극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북미·북유럽의 날씨를 결정하는 근본 시스템이 바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15일 전했다. 럿거스대학의 제니퍼 프랜시스 교수는 “북극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중위도와의 기온 차이가 줄어들면, 극지방에서 중위도 지역으로 부는 제트기류가 밑바닥이 평평한 강처럼 천천히 굽이굽이 움직이게 된다. 제트기류가 특정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면서 앞으로도 올겨울과 같은 혹한, 홍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15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인도네시아를 찾기 하루 전날에 중국을 방문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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