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출산 24시간 내 사망 101만
출산과정서 사망 120만 이르러
제3세계 산파·의료진 부족 탓
출산과정서 사망 120만 이르러
제3세계 산파·의료진 부족 탓
에티오피아에서 농사를 짓는 드리스는 석달 전 아내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10번째 아이를 낳던 아내가 난산 기미를 보이자 드리스는 이웃과 함께 아내를 들것에 실어 보건소로 옮겼다. 하지만 보건소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국 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구급차가 왔을 때는 아내와 아이 모두 숨진 뒤였다. 드리스는 “내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속을 시커멓게 태우고 있는 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아내를 살리지 못했다”며 괴로워했다.
드리스의 10번째 아이처럼, 단 하루도 살지 못한 채 숨진 아기 수가 한해에 22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개발 엔지오 세이브더칠드런이 24일 공개한 ‘신생아 사망 이제 그만’(Ending Newborn Deaths) 보고서를 보면, 2012년 한해 동안 태어난 지 24시간 안에 죽은 아기가 101만명, 출산 과정에 숨진 아이가 120만여명이다. 지금까지 신생아 사망률을 계산할 때는 출생 뒤 만 하루가 안 돼 숨진 아기들만 집계해왔다. 그러나 산모가 진통을 느낄 때만 해도 살아 있던 아이들이 출산 과정에서 죽은 경우를 더하니 실제로 신생아 사망 수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새 기준을 적용해 신생아 사망률을 집계하면, 첫날 죽는 아이가 가장 많은 나라는 파키스탄으로 1000명당 40.7명이다. 나이지리아(32.7명), 시에라리온(30.8명), 소말리아(29.7명), 기니비사우(29.4명), 아프가니스탄(29명), 방글라데시(28.9명), 콩고민주공화국(28.3명), 레소토(27.5명), 앙골라(27.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출산 과정에 숨지는 아이들이 많은 것은 훈련을 받은 조산사나 보건 요원이 부족해서다. 세계에서 산파나 의료진의 도움 없이 아이를 낳는 경우가 한해 4000만건,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출산 때 산모 혼자 애를 낳는 경우가 200만건에 이른다. 신생아 사망률이 높은 대표적 지역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산모의 51%, 동남아시아에선 41%가 전문적인 산파 훈련을 받은 사람의 도움 없이 출산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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