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152개국 97%서 핵심작물”
쌀·감자·설탕 소비도 같이 늘어
각국 식단 구성 점점 비슷해져
‘식량 탄력성’ 위한 종 보존 시급
쌀·감자·설탕 소비도 같이 늘어
각국 식단 구성 점점 비슷해져
‘식량 탄력성’ 위한 종 보존 시급
50년 전보다 인류를 먹여 살리는 곡물의 종류가 현저히 줄어 ‘식량 탄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국제열대농업센터(CIAT), 세계곡물다양성트러스트(GCDT) 등 여러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이용해 1961~2009년 152개국의 1인당 식량 공급 내역을 분석한 결과인데, ‘식량 공급의 세계적 균질화와 식량 안보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이들은 인류가 지난 50년 동안 열량·단백질·지방 등을 더 많이 섭취해왔으며, 이는 칼로리가 높은 곡물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이어져 ‘식단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열량이 높은 밀·쌀·감자·설탕의 소비가 늘었지만, 수수·호밀·고구마·얌·카사바 등은 섭취량이 현저히 줄었다.
세계를 지배하는 곡물은 밀이다. 밀은 예전에도 주요 곡물이었지만 이제는 152개국 중 97%에서 핵심 작물이 됐다. 지방 섭취량이 증가해 기름을 짜려는 콩 소비가 늘어 이젠 콩이 중요 작물이 된 나라가 40개국 가까이 됐다.
특정 작물 선호 탓에 세계 각국의 식단 구성이 점점 비슷해졌다. 연구팀은 1961~2009년 식품 섭취의 균질도가 16.7% 높아졌다고 밝혔다. <비비시>는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20세기 100년 동안 곡물의 종 다양성이 75% 하락했으며, 2050년이 되면 현재 재배되는 작물의 3분의 1이 사라지리라 전망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식량 안보와 개인의 건강을 위협한다. 작물 수가 줄고 유전적 다양성이 줄면 그만큼 병충해와 기근에 따른 피해 우려가 높아진다. 기후변화로 병충해가 더 악화되리라는 전망도 많다. 영국 엑서터·옥스퍼드 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8월 “병충해가 매년 3㎞씩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과거 온도가 낮아 식물이 살기 힘들던 남극과 북극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열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함에 따라 ‘당뇨와 심장 질환의 세계화’ 또한 이뤄지고 있다. 전염되지 않는 질병이 같은 식단을 통해 전염되고 있는 셈이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달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수확량을 늘릴 다양한 작물이 재배될 수 있도록 종 보존을 위한 육종 정책을 채택하라고 회원국에 촉구했다. 유럽연합은 식물 육종 시장이 소수의 거대 다국적 회사들에 좌지우지돼 제한된 품종에만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종 보존을 위해 ‘국제 종자 저장소’를 운영하는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달 100여개 나라에서 모은 2만여종의 곡물 씨앗을 저장고에 담았다. 노르웨이 정부는 2008년 소행성이 충돌하거나 남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려도 종자를 지켜내기 위해 ‘지구 최후의 날 씨앗 저장소’를 만들었으며 지금껏 80만여종을 수집해 놓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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