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실종 항공기 수색 작업을 벌이는 미국 해군 소속 시호크 헬리콥터가 9일 승무원 교대를 위해 남중국해 타이만에 머물고 있는 구축함 ‘핑크니’호에 착륙하고있다. 타이만(남중국해)/EPA 연합뉴스
9개국 조사팀 공동수색에도
남중국해서 잔해 발견 못해
비행기 납치 가능성도 제기
도난 여권 탑승자 2명 수사중
“중국열사여단 소행” 신빙성 낮아
남중국해서 잔해 발견 못해
비행기 납치 가능성도 제기
도난 여권 탑승자 2명 수사중
“중국열사여단 소행” 신빙성 낮아
넓고 깊은 바다가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의 단서를 숨기고 있다. 다국적 수색팀이 남중국해 일대 사고 추정 해역을 뒤지고 있으나, 239명이 탄 항공기가 사라진 지 사흘이 되도록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해 미스터리만 커지고 있다.
아즈하루딘 압둘 라만 말레이시아 민간항공국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항공기는커녕 잔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날 베트남 국립수색구조위원회는 항공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 두 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즈하루딘 국장은 “그 보고는 베트남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항공기 꼬리로 추정됐던 물체도, 해상에서 발견된 기름띠도 실종 항공기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중국 등 9개국이 참가한 수색팀은 선박 40척과 항공기 34대를 동원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근 해역을 수색하고 있다. 이날 수색 지역은 타이와 말레이시아 서쪽 안다만해까지 확장됐다.
테러 가능성을 시사하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으나 확증은 없어 사고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인의 도난 여권을 사용해 탑승한 승객 2명에 대해, 아맛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내무장관은 “(CCTV에서 확인된) 도난 여권 사용 승객 2명이 아시아계의 모습”이라고 밝혔지만, 아즈하루딘 민항국장은 이를 부인하는 등 혼선이 일고 있다.
도난 여권을 사용한 승객 2명은 6일 타이 파타야에서 항공권을 함께 구입했다. 이들은 베이징을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간 뒤 각각 덴마크 코펜하겐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신원은 물론 이들이 진짜로 유럽으로 가려 했는지, 중국 비자 발급을 피하려고 베이징 경유 유럽행 티켓을 구입했는지 등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로널드 노블 인터폴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어 “도난 여권과 항공기 실종을 연관짓기엔 너무 이르다”면서도 “다만 인터폴에 등록된 도난 여권으로 국제선 비행기에 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러운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은 9일 ‘중국열사여단’이라고 자칭한 한 단체가 이번 항공기 실종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말레이시아와 중국 정부를 수신인으로 한 전자우편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를 잔혹하게 박해한 말레이시아 정부에 대한 보복이며, 위구르인을 잔혹하게 진압하고 박해한 중국 당국에 대한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자우편이 전달용으로 사용되는 허시메일로 작성됐고, 위구르족 단체들이 통상 단체 이름에 동투르키스탄·이슬람 등의 용어를 쓰지 ‘중국’을 사용하지 않는 점에 비춰볼 때 신빙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항공당국은 이번 사고가 일어나기 전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국제공항과 지하철에 대한 테러 계획이 있다는 경고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10일 차이더성 대만 국가안전국장은 대만민항국이 지난 4일 국제 대테러 조직 관계자라고 밝힌 한 남성으로부터 베이징 서우두공항이 테러 목표가 될 것이라는 경고 전화를 받아 이를 중국 당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화를 건 인물의 신원이나 내용의 신빙성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정윤 박민희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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