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수사당국자 인용 보도
“엔진 데이터상 4000㎞ 더 날아”
말레이시아 당국은 부인
“엔진 데이터상 4000㎞ 더 날아”
말레이시아 당국은 부인
지난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마지막 교신 뒤에도 4시간을 더 날았으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비행기 납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추락 추정 지역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진다.
<월스트리트 저널> 온라인판은 13일 “미국 수사 당국자들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이후 4시간 동안 더 상공에 머물렀으리라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수사 상황을 잘 아는 익명의 당국자 두명한테서 이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항공·국가안보 수사 당국자들은 보잉777기의 엔진에서 지상으로 자동 전달되는 데이터를 근거로, 실종 여객기가 이륙 뒤 5시간을 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륙 1시간쯤 뒤 교신이 끊겼으니, 이후 4시간을 더 날았다는 분석이다. 실종기 기종인 보잉777의 엔진은 일상적인 정비와 모니터링을 위해 엔진 상태, 기체의 고도·속도 등에 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지상 시설로 전송하도록 설계돼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보면, 실종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교신 중단 뒤 약 2200해리(4074㎞)를 더 비행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운항 속도를 고려하면, 인도양이나 파키스탄, 심지어 아라비아해 근처까지 갔을 수 있다. 다만 여객기가 왜 항로를 바꿔 비행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신문은 익명의 수사당국자의 말을 따 “미국 대테러 수사당국자들은 조종사 한명 또는 일부 탑승객이 송수신기를 끈 뒤 비행기를 우회시켜 알려지지 않은 지역으로 몰았을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13일 “실종기의 추가 비행은 거론도 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보도를 부인했다.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운 250t짜리 항공기의 종적은 실종 엿새째를 맞은 13일까지도 미스터리다. 12개국 항공기와 선박, 인공위성이 수색하고 있지만 단서 쪼가리 하나 찾지 못했다. 중국 국가국방과학기술공업국이 12일 누리집에 공개한 실종기 잔해 추정 물체의 위성사진에 기댄 수색도 수포로 돌아갔다. 거대한 부유물들이 포착된 베트남 남부와 말레이시아 동부 사이 남중국해 일대를 수색했으나 잔해는 없었다. 히샤무딘 후세인 장관은 13일 “중국의 위성사진 공개는 실수였다”며 중국 당국이 사진 공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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