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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합병 반대’ 타타르족, 조상들처럼 또 떠돌이?

등록 2014-03-17 20:14수정 2014-03-17 22:26

주민투표 보이콧…일부선 저항준비
러 혁명뒤 편입돼 끔찍한 박해경험
그들에게 16일은 60년 전 조상이 겪은 불행이 기시감처럼 다가온 날이다.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합병과 관련한 압도적 지지가 나온 이날, 이 지역의 타타르인 대부분이 투표를 보이콧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크림반도에 사는 타타르인은 30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이르는 최대 소수민족이며, 러시아로의 합병을 반대하는 대표적 세력이다.

몽골의 후손으로 12세기부터 ‘크림한국’이라는 나라를 세운 타타르인들은 대다수가 수니파 무슬림이다. 1783년 러시아에 점령당한 뒤 1917년 러시아혁명을 거쳐 소련에 편입됐다. 러시아의 박해는 끔찍했다. 대기근이 일어난 1921년 소련은 크림의 식량을 빼앗아갔고, 10만여명의 타타르인이 굶어죽었다. 1944년 5월11일은 악몽의 날이다. 그날 소련 정부는 타타르인을 우즈베키스탄·우랄·시베리아 지역으로 강제이주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때 크림에서 쫓겨난 20만여명중 10만여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소련 정부는 타타르인을 쫓아내며 ‘나치 부역’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론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에서 반러시아 세력을 몰아내려는 것이었다고 <가디언>이 짚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많은 타타르인이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일부 러시아인이 인종적 적대감으로 타타르인의 묘지를 훼손하는 등의 폭력 행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와 미국·유럽연합의 세력 경쟁 틈바구니에서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자, 타타르인의 불안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가디언>은 “타타르인의 집에 (표적을 의미하는) 엑스(X) 표시가 그려졌다는 믿을 만한 보도가 있다”며 “타타르인들은 혹시 모를 러시아인의 공격을 두려워하며 야간 불침번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크림타타르인협의회’ 대표인 라파트 추바로프는 타타르인들한테 16일 주민투표를 ‘평화롭게’ 보이콧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필요하다면 무력으로라도 러시아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서구 언론은 시리아에서 시아파 정부군에 맞서 싸우던 타타르 무장대원들이 크림반도에서 무장투쟁을 나서려고 돌아오려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 타타르인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알자지라>는 푸틴은 타타르인의 불신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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