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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크림 주민투표 이틀만에 ‘러 병합’ 강행…허찔린 서방 격앙

등록 2014-03-18 23:24수정 2014-03-19 08:55

중무장한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소속 병사들이 크림공화국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스트릴코베 마을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크림반도 합병을 공식 선언했다. 스트릴코베/AFP 연합뉴스
중무장한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소속 병사들이 크림공화국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스트릴코베 마을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크림반도 합병을 공식 선언했다. 스트릴코베/AFP 연합뉴스
푸틴 ‘크림 합병’ 전격 선언
푸틴 속전속결 대담한 전술에
미·유럽, 제대로 대응 못해
러시아 영토 확장 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 밟아야
우려가 현실이 되는 데는 단 이틀이 걸렸다. 16일(현지시각) 크림공화국 주민투표 이후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냉전의 부활’로 이어지리란 우려가,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반도 합병 선언으로 현실화할 조짐이다. 푸틴 대통령의 빠르고 대담한 전술에 미국·유럽연합은 제대로 대응할 겨를조차 없었다.

17일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이 전격 합병 선언을 하리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말의 냉전’은 이미 시작됐지만,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면 외교적 타협을 통해 위기 타개책이 마련되리란 전망이 많았다. 17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결정 직후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부정적인 악순환은 피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러시아 쪽의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발언 수위를 높이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그는 1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토 동맹국의 일원으로서 미국은 회원국의 집단안보를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군사적 옵션’을 에둘러 입에 올린 셈이다.

러시아 쪽 대응도 만만찮았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자기들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며 병적으로 현실을 회피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투표로 드러난 크림 주민들의 뜻에 따라 세바스토폴(러시아 흑해함대 주둔지)의 특수 지위를 인정하는 걸 전제로, 크림공화국을 독립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크림공화국 쪽도 바삐 움직인다. 크림 의회는 17일 러시아 루블화를 공식 화폐로 지정했다.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브냐는 2016년 1월1일까지만 사용하기로 했다. 또 이달 말부터 모스크바 시간에 맞춰 표준시간을 2시간 앞당기기로 했다. 러시아 병합을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조처였다.

소치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크림반도 사태에 대한 단호한 대응으로 러시아 국내에서 푸틴 대통령의 인기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 전국여론센터의 최신 조사 결과를 따서 “크림반도 사태가 터진 이후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71.6%까지 치솟았다. 2012년 크레믈(크렘린)에 복귀한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이라고 전했다. 그가 ‘강경 기조’를 유지할 명분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분위기는 18일 오전 푸틴 대통령이, 크림공화국 쪽이 러시아에 합병 요청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5분께 상·하원 합동회의에 나온 푸틴 대통령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40분 남짓 읽어 내려간 끝에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을 러시아의 새 영토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내 의사당에선 러시아 국가가 울려퍼졌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 뒤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선 ‘우리 함께’란 제목으로 크림반도 합병을 환영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크림반도 합병이 최종 확정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합병 조약을 러시아 의회가 비준해야 한다. 크림반도 합병으로 영토를 확장하려면 러시아가 헌법의 영토 규정을 바꾸는 개헌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뜻이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17일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재할 ‘다국적 지원그룹’ 창설을 제안했다. 이 기구를 통해 개헌과 조기 대선 실시 등 지난달 21일 축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과도정부를 구성한 옛 야권 세력이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도록 하자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합병 선언 연설에서 “영토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은 손대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의 전격적 합병 선언이 미국·유럽연합과 군사적 충돌까지 불사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지, 미국·유럽연합의 외교적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인지는 분명치 않다. 역설적으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소집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고비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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