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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상대 입장 배려 않는 ‘자기만족적 구호’는 사절”

등록 2014-03-20 20:19수정 2014-03-21 17:28

라오스의 푸딘댕청소년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선재(왼쪽)씨가 마을 어린이와 함께 웃고 있다. 오디에이 워치 제공
라오스의 푸딘댕청소년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선재(왼쪽)씨가 마을 어린이와 함께 웃고 있다. 오디에이 워치 제공
‘오디에이 워치’ 이선재 실행위원
라오스서 청소년센터 운영
가난만 보는 방문객 도움 안돼
올해부터 외부 후원 끊고 자립
라오스 비엔티안 근교 왕위앙의 푸딘댕마을에서 살고 있는 이선재씨는 지난해부터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마을 카페에 오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현지 마을 청년 11명과 함께 푸딘댕청소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행사를 낀 한국인 관광객들이 종종 마을을 찾아와 센터에 있는 ‘쑴손카페’에서 매상을 많이 올려주곤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 온 ‘큰손’들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선재씨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센터에서 노는 라오스 어린이를 보면 ‘아이구, 불쌍해라, 너는 왜 신발도 없니’라며 혀를 찬다. 왜 신발만 보나? 애들의 웃는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가?” 그는 “최근 ‘착한 여행’ 바람이 불면서 가난한 나라에 간 한국인들이 사회복지시설, 청소년단체, 학교 같은 데 들러 옷, 학용품 같은 걸 주고 간다. 하지만 그들은 주민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자기가 원하는 걸 하고 갈 뿐이다”라고 아쉬워했다.

2007년 문을 연 푸딘댕청소년센터는 올해부터 모든 외부 후원을 끊었다. 자립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에서 라오스로 연수·교육을 받으러 오는 대학·기관들의 프로그램을 조직해주고, 카페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수익금 등으로 활동가 12명의 인건비·센터 운영비를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국제기구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던 그는 10년 전부터 라오스와 한국을 오가며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엔지오 ‘오디에이(ODA·공적개발원조) 워치’의 실행위원으로 라오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모든 활동은 철저히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사례를 들었다. 평소 여자아이들의 교육을 강조해왔으나 최근 이웃마을을 방문할 때 축구공만 선물로 사가려고 했다. 그러자 축구를 못하는 여자애들을 위해 배드민턴 용품도 사야 한다고 한 라오스 여성 활동가가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성평등’은 머릿속에만 있을 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난해도 행복한 라오스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자급자족하는데 내가 도와주는 게 외부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물음을 화두로 품게 됐다고 했다. 아마도,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다보면, 한국인과 라오스 사람들이 평등한 관계로 만나는 길이 열릴 것 같다.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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