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패폭로에 내각 해산
권력투쟁 불거진듯… 지지 급락
전 정권의 부패 일소를 내세워 ‘오렌지혁명’으로 집권했던 빅토르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율리야 티모셴코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전격 해산하고 유리 예카누로프 드니예프로페트로프스크주 지사를 총리 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는 또 직권을 남용해 부를 축적한 것으로 지목받은 페트로 포로센코 국가안전보장회의 서기를 해임했다.
이번 내각 해산조처 발표는 유시첸코 대통령의 측근인 알렉산드르 진첸코 행정실장이 지난 3일 “전임 정권보다 더한 부패”라며 포로센코 서기 등 고위 관료들의 부패를 폭로하고 사표를 던진 데 이어, 또다른 측근인 니콜라이 토멘코 부총리가 이날 “비잔틴제국에서와 같은 정부의 부패”를 규탄하며 사표를 던진 지 몇시간 뒤에 나온 것이다.
유시첸코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해산 결정은 정부 내 갈등이 오렌지혁명으로 집권한 정부의 목표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의 한 잡지에 따르면, 포로센코 서기는 중동유럽 부호 서열 95위로 재산이 3억5천만달러이며, 뇌물을 받고 권력기관을 동원해 경쟁 기업들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혁명 당시 재정지원을 맡았던 포로센코는 정치적 야심이 많은 티모셴코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유시첸코 대통령이 등용한 인물로, 최근 정부내 고위직의 부패 폭로는 오렌지혁명 주역들 간의 권력투쟁 가운데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유시첸코 대통령은 오렌지혁명 이후 반부패 등 사회개혁에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15%에 달하는 인플레와 경제성장의 정체 등으로 국민들의 지지가 급락한 가운데 혁명세력의 분열과 부패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여론조사에서 전 정권에 비해 낫다는 여론이 52%였지만,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37%에 불과할 정도로 오렌지혁명 당시 70%에 달했던 유시첸코 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지지는 급락하고 있다.
유강문 기자, 외신종합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