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그리스 아테네 인근에서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21명이 모두 숨진 키프로스 헬리오스항공 소속 여객기 사고는 조종사들의 영어실력 부재로 일어났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7일 사고조사 관계자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는 3000m 상공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에어컨 장치가 고장나 경보음을 울렸다. 그러나 젊은 독일인 기장과 경험이 적은 키프로스인 부기장은 오작동으로 판단해 경보기를 끄고 자동조종으로 전환했다.
얼마 뒤 객실에 산소 부족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우왕좌왕하며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으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기장은 결국 의사소통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산소 부족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부기장도 곧 의식을 잃었다.
여객기는 자동조종 상태로 계속 날아가 목적지인 아테네 상공을 맴돌았다. 고도가 낮아지자 정신을 차린 객실 승무원이 조종실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여객기는 이미 연료가 바닥나 추락하고 있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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