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비자 발급 거부법안 통과
차기 대사 아부탈레비 옛 전력 의심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점거 연루
차기 대사 아부탈레비 옛 전력 의심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점거 연루
미국 정부가 논란을 빚어온 하미드 아부탈레비(57) 유엔주재 이란대사 지명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8일 이란 쪽에 공식 통보했다. 미 상원이 아부탈레비 지명자의 입국사증(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지 하룻만의 일이다.
9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979년 11월 이란 수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농성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아부탈레비 지명자를 유엔 대사로 지명한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뜻을 이란 쪽에 전했다. 당시 대사관 점거농성은 444일 동안 이어졌으며, 이때 미국인 직원 52명이 인질로 붙들려 있었다. 이 사건으로 끊어진 미국과 이란의 외교관계는 여전히 복원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미 상원 법사위는 7일 유엔주재 각국 외교관 가운데 과거 첩보·테러 활동에 간여했거나,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만한 이들에겐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표결에 앞서 극우 성향의 티파티 계열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주)은 “아부탈레비 같은 인물을 유엔 대사에 임명한 것은 미국에 대한 의도적이고 명백한 모욕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이란 정부가 차기 유엔 대사로 아부탈레비를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폭스뉴스> 등 미 보수언론은 “아부탈레비 지명자는 ‘이맘 호메이니를 따르는 무슬림학생연맹’의 지도급 인물로 1979년 대사관 점거와 인질극을 주도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아부탈레비 지명자는 현지 <카바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대사관 점거 당시엔 테헤란에 있지도 않았고, 나중에 농성 지도부의 요청으로 통·번역을 하러 몇차례 대사관을 찾았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프레스티비> 등 이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부탈레비는 테헤란대학 사회학과를 거쳐 1981년 일찌감치 외교관의 길로 들어섰다. 벨기에·이탈리아 등 주요국과 유럽연합 대사를 두루 거친 그는 현재 대통령실 정무담당 부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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