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터키 서부 탄광도시 소마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자신에게 야유를 보낸 현지 주민을 을러대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시민 윽박지르는 ‘망발영상’ 공개
탄광노동자 소마 모여 반정부시위
탄광노동자 소마 모여 반정부시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지난 14일 탄광 화재 참사가 발생한 소마를 방문했을 때,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는 주민을 때리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13일 오후 발생한 소마 탄광 폭발·화재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서면서, 터키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줄을 잇고 있다.
<자만> 등 현지 언론이 17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에르도안 총리는 “무례하게 굴지마라. (소마 탄광) 사고는 이미 벌어졌다. 신의 섭리다. 이 나라의 총리에게 야유를 하면, 매를 맞게 된다”고 을러댔다. 또 시위대를 피해 슈퍼마켓으로 들어간 에르도안 총리가 시위에 가담하지도 않은 현지 청년의 뺨을 때리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도 나왔다. 이를 두고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의 모습”이라며 “모두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말하면서, 정작 총리는 곧잘 추태를 부린다”고 꼬집었다.
앞서 에르도안 총리는 14일 소마 탄광을 방문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탄광에서는 이런 사고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사태를 악용하려는 불순한 세력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 공분을 샀다. 이어 유수프 예르켈 보좌관이 소마 시내에서 경찰에 제압당해 길바닥에 쓰러진 시위대를 걷어차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파문이 커졌다.
<비비시>(BBC) 방송은 “소마에선 인근 지역 탄광 노동자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반정부 시위대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 등지에서도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사고 발생 나흘만인 17일 오후 소마 탄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색·구조작업 종료를 선언했다.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은 “유족들의 (추가 수색) 요청도 없고, 우리가 확인한 정보로는 갱도 안에 더이상 남아있는 인원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까지 사망자는 모두 301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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